산업 산업일반

['세월호 2주기' 내일 국민안전의 날] "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 기업, 직접 '안전' 챙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4 18:22

수정 2016.04.14 18:22

CJ·GS·삼성·SK그룹 등 안전관련 부서 지위 격상
협력사 안전 교육도 강화.. 인프라에 수천억씩 투자도
안전경영 문화 자리잡기에 정부 인센티브 유도 필요
['세월호 2주기' 내일 국민안전의 날] "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 기업, 직접 '안전' 챙긴다

['세월호 2주기' 내일 국민안전의 날] "순간의 방심이 대형사고로".. 기업, 직접 '안전' 챙긴다

예측 불허의 대형 사고에 대비한 안전경영이 국내 기업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히 건설현장의 안전모 착용 수준을 넘어서 천재지변이나 대형 사건·사고 등 기업 외부변수의 충격이 경영의 생사를 결정짓는 일이 비일비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내외 위험을 줄이기 위한 안전경영 시스템 확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고 당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종말도 안전경영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안전관련 부서나 담당자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안전교육 대상을 협력사까지 넓히는 등 안전관련 분야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방심하다 기업 휘청" 안전경영 패러다임 뜬다

CJ그룹은 안전경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CJ그룹은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경영실을 만들었다. 고객과 임직원의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하는 'ONLY ONE 안전제일 문화를 만든다'가 CJ그룹의 캐치프레이즈다.

CJ그룹은 안전의식 고취를 위해 '그룹 안전의 날'을 만들었다. 그룹 내 최고경영자(CEO)들은 매월 첫 번째 화요일 사업현장을 방문해 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한다.

또 신입입문 교육 과정에도 안전교육시스템을 반영한다. 김근영 CJ 안전경영실장은 "안전은 큰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막기 위한 투자"라며 "안전을 경영의 핵심 요소로 끌어들이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각 계열사에 무재해·무사고를 입버릇처럼 당부한다. GS칼텍스는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과 선박항로 궤적 모니터링 강화 예방방안을 마련했다. GS건설은 2006년 3월 업계 최초로 안전혁신학교를 설립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울산.아산.전주.화성.소하리.광주 등 국내 사업장에서 모두 안전보건경영시스템 18001 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차는 공장별 안전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지난 3년간 총 830억원을 안전비용으로 투입했다.

포스코건설은 앞으로 2년간 안전인프라에 12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기존 안전관리 조직을 그룹에서 사무국으로 격상하고, 안전경영 정책이 전문적이고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안전분야 전담임원을 선임했다.

한화케미칼은 원·하청 생산부서장과 현장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과 면담점검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한화토탈은 협력사까지 안전관리 영역을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최근 LCC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안전 강화를 위해 올해 총 35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플레이어인 삼성그룹은 지난달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지난해 각 계열사 안전점검 결과를 보고받고 올해의 안전.환경 경영전략을 공유했다. 삼성은 매년 이 같은 행사를 갖는다.

삼성은 지난 1993년 안전환경연구소를 설립했다. 안전, 환경, 화학물질, 유틸리티, 온실가스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매 분기 '그린삼성' 보고서를 발간한다. 삼성물산은 올해 '안전 최우선'을 경영원칙으로 내세우며 새해 첫 행보로 현장 안전점검 및 무재해를 위한 캠페인 '세이프티 리더십'을 시행했다.

SK그룹은 'SHE 경영'이라는 산재방지 시스템을 갖췄다. SHE는 Safety(안전), Health(보건), Environment(환경)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안전과 환경사고에 대비하는 SK그룹의 비상대응 시스템이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건설, SK케미칼, SK하이닉스 등 대부분의 관계사가 '사고관리규정' '안전재해처리 프로세스 가이드' '위기대응 프로세스' 등의 대응 매뉴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안전경영에 3년간 4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모든 사고는 인재" 부주의 경계해야

안전경영에 대한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기업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우선 기업인들은 정부가 채찍(규제)보다 당근(인센티브)으로 기업의 안전경영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에 법적 책임만 강조하기보다는 안전경영 관련 투자와 인력운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업종별로 다를 수밖에 없는 비상대응 시스템 구축과 효율적 운영은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보다 기업별 사고 전담기관 설치, 대응관리시스템 강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전경영 투자 여력이 없는 협력사 혹은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도 시급하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사고가 터지는 것은 결국 안전경영에 취약한 협력사에서 주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모든 사고의 시작과 끝은 결국 '인재'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주먹구구식 안전경영 관점을 넘어선 시스템적 사고가 경영 전반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경민 고민서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