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현장클릭]먼저 매맞은 롯데 "우리도 억울"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18 16:24

수정 2016.04.18 16:24

"롯데가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대해 가장 먼저 사과했지만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18일 롯데마트가 5년전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고 난 뒤에 진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이같은 아쉬움이 롯데그룹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롯데마트는 제조사 제품을 납품 받아서 자사의 브랜드로 판매하는 이른바 PB(자체 브랜드) 형태로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했다. 롯데마트가 고의적인 직접 원인 제공이라기 보다는 제품의 유독성을 알지 못해 유통 사고를 낸 일종의 억울한 피해자인 셈이다.

직접적인 사고 책임자가 아님에서 롯데마트는 제품을 유통시켰다는 간접 책임을 지고서 대표이사가 나서서 고개를 90도로 수차례 숙여 가면서 사죄를 했다.

다만 사고 발생 뒤 5년만에 검찰의 소환조사가 앞으로 이어지는 시점을 앞두고서야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점에서 일각의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지만 롯데를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사과나 보상문제를 여전히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의 기자회견 직후에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 보상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홈플러스 정도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영국계 기업 옥시레킷벤지커는 보상은 커녕 사과문구도 여전히 없다.

피해자 가족들도 롯데마트의 사과 기자회견에서 옥시 등 다른 기업들에 대한 분통을 터트렸다. 옥시의 경우 문전박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고성을 내기도 했다. 롯데마트의 사과 자리에서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에 대한 불만을 거세게 표출한 것이다.

피해자 가족들은 다만 롯데마트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유가족들에게 사전에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일이고 경황이 없다보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이 있다"며 거듭 사과해야 했다. 140여명의 사망자까지 나온 대형 사고임에도 불구 행정기관의 제대로된 사과도 없었다.


이번 롯데마트의 거급 사과를 보면서 '사죄하고 먼저 매를 맞으면 바보 짓'이라고 말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없었으면 한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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