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코리아로 사명 변경)
"답변할 내용이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임산부와 영유아 등 143명이 유독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쓰다 폐질환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최근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 메일을 보냈다. 살균제 유해성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서다. 그러나 답은 간략했다.
레킷벤키저는 영국의 종합생활용품 업체다. 2001년 레킷벤키저는 국내 동양화학그룹 계열사인 옥시의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해 '옥시레킷벤키저'라는 대한민국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옥시는 세탁표백제 '옥시크린'과 습기.냄새 제거제인 '하마브랜드'로 유명했다.
옥시는 2014년 1월 사명을 'RB코리아'로 바꿨다. 보건복지부가 "361명의 피해자 중 104명이 사망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기 2개월 전이다. 당시 옥시의 사명 변경을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는 '이름 바꿔서 책임 회피' '사과를 하고 사명을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앞서 옥시는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해산하고 같은 날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설립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6개월여 만에 회사 주소와 구성원은 동일하지만 법적으로 전혀 다른 회사가 된 것이다.
최근 검찰은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본격 수사하고 있다. RB코리아(구 옥시)의 혐의가 확인되면 위법 행위자뿐만 아니라 해당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옥시 법인과 회사 대표 등이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형사책임을 져야 할 기존 법인이 소멸해 회사는 처벌을 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옥시는 법인을 새로 세우며 책임을 피할 궁리를 하고 있었던 셈"이라면서 "법인이 바뀌어도 처벌할 수 있는지 법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10여개 제품 가운데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홈플러스 가습기 청정제(홈플러스 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주부터 RB코리아 관계자 등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RB코리아는 소비자들이 부작용을 호소하며 회사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삭제했다거나 대학교수에게 뒷돈을 주고 유해성 실험결과를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