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번 아이언에서 웨지까지 샤프트 길이가 똑 같다면….
골프 상식을 벗어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 클럽 세팅으로 투어를 누비는 선수가 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서 21위로 오르며 프로 전향을 선언한 브라이슨 디챔버(미국)다. 디챔버는 지난주 프로 데뷔전이었던 RBC헤리티지에서 공동 4위에 입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골프 전설' 벤 호건(미국)을 연상시키는 헌팅캡을 쓰고 다니는 디챔버는 지난해 미국 대학스포츠(NCAA) 디비전Ⅰ챔피언십과 US아마추어챔피언십을 석권하면서 인정 받았던 잠재력을 검증한 셈이다.
디챔버가 샤프트 길이가 똑 같은 아이언을 들고 다니는 모험을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론적 근거가 있다. 호머 켈리가 쓴 '골핑 머신'이다. 이 책에서 켈리는 "아이언은 똑 같은 궤도로 스윙해야 한다"고 적었다. 그에 영감을 얻은 디챔버가 3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 샤프트를 잘라서 같은 길이를 일정하게 맞춘 것. 단 아이언마다 로프트는 4도씩 차이를 두었다.
많은 골프팬들이 이 괴짜 골퍼의 등장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하다. 프로 데뷔전에서 연착륙에 성공한 디챔버는 21일밤(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개막하는 발레로텍사스오픈(총상금 620만 달러)에 출전한다. 디챔버는 아직 PGA투어 정회원이 아니어서 대회 출전 수가 7개로 제한된다. 단 출전한 대회서 '톱10'에 입상하면 다음 대회는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전체 쿼터와는 무관하다. 디챔버가 다음 시즌 투어 카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말 페덱스컵 랭킹에서 150위 이내에 들어야만 한다. 물론 출전한 대회서 우승하면 상황은 종료된다. 디챔버가 이번 대회에 올인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를 우승후보 14위에 올렸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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