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그림산책] 분방한 붓질, 질서의 해체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1 17:34

수정 2016.04.21 17:34

이우환 '동풍'
이우환 '동풍'(1984년)
이우환 '동풍'(1984년)

백남준과 더불어 동양인으로서 이례적으로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랑스 파리 베르사유를 포함한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수차례의 개인전과 특별전을 가진 이우환(80)은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최근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단색화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동양 최초의 현대미술, 일본 '모노하(物派)' 운동의 창시자로 그의 작품에 담긴 남다른 철학과 깊이는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키운 한국의 추상미술의 바탕이다.

이렇게 수십년간 세계 각국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대한민국의 문화 국위를 빛내오면서도 작가는 평생 동안 이방인을 자처하는 아픔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적 혼란기의 고뇌와 치열함이 담긴 1984년작 '동풍(East Wind)'은 일률적인 질서가 자유로운 운율과 리듬에 따라 해체된 바람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어린 시절 배운 시서화 기법의 영향으로 거침없고 자유로운 붓 자국은 뒤틀리고 뒤섞이며 캔버스 전면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강렬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이 작품에 대해 "그의 회화적 어휘인 어두운 청회색의 붓 자국들은 스스로를 규정 지으려고 하지 않은 채 그 하나하나로 생성과 소멸을 나타낸다"면서 "결국 그는 일체의 회화적 요소를 배제시키고 그 최소한의 한계로까지 무화(無化)시킴으로써 다시금 회화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한국인 이우환은 끊임없는 존재 규정 속에서,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에서 묵묵히 활약해오고 있는 것이다.

변지애 K옥션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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