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英, EU탈퇴) 국민투표 두달 앞.. 영국 내외서 찬반논쟁 가열
오바마, 탈퇴 반대 공식화
獨·IMF "EU 회원국과 왕래·교역 힘들어질 것"
英공화당 의원·런던 시장 "EU 규제서 벗어나 英 통치권 찾아와야" 지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6월23일)가 두달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등 주요 우방국은 브렉시트 반대를 공식화하며,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브렉시트를 놓고 영국은 지난 15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영국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도 브렉시트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오바마, 탈퇴 반대 공식화
獨·IMF "EU 회원국과 왕래·교역 힘들어질 것"
英공화당 의원·런던 시장 "EU 규제서 벗어나 英 통치권 찾아와야" 지지
■美 "英, EU탈퇴땐 리더십 잃을 것"
23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사흘 일정으로 영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윈저성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군사·경제 동맹을 과시하며 '(영국의) EU 탈퇴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영국은 EU에 있을 때가 최고의 상태다. 영국의 영향력이 유럽 내에서 확대되기를 미국인들은 희망한다"며 영국의 EU 잔류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캐머런 총리도 "EU 내에 있어야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양국간 경제 관계에서 영국이 EU 뒤로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23일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가장 큰 무역파트너인 EU보다 앞서 (EU를 탈퇴한) 영국과 협상할 수는 없다. 미국과 영국이 무역협정을 맺는 데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며 브렉시트가 경제적 위험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영국의 최고 우방인 미국이 '브렉시트 반대' 포문을 연 셈이다. 임기말 오바마의 이번 영국 방문은 데이비드 총리의 'EU 잔류'를 지원 사격하는 의미가 크다. 데이비드 총리는 최근 주요 정치인들의 조세 회피가 폭로된 '파나마 페이퍼스'에 부친이 연루돼 그의 입지가 위축된 상황이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영국 방문일에 맞춰 일간 텔레그래프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EU가 영국의 영향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했다. 이란 핵타결, 난민, 테러 등 EU가 직면한 문제는 EU라는 공동체 집단과 그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낸 영국이 있기에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영국의 리더십을 치켜세웠다. 또 영국이 EU에 남아야 미국이 EU와 추진중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도 가능한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간 미국 백악관이 'EU 탈퇴가 영국의 영향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외국 정상이 영국 내부 문제에 대해 현지 언론을 통한 직설적인 내용의 기고,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숫자까지 거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밖에 중립적이던 주요 국제기구 수장은 물론, EU 국가들도 브렉시트를 반대하고 나섰다. EU내 초강경파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영국은 EU를 탈퇴하면 유럽과 교역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EU 예산에 기여하지 않는 영국과 역내에 자유로운 왕래는 물론 기존과 같은 교역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경고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영국이 다른 국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렉시트 투표'두달 앞…영국 혼란
브렉시트로 국론이 갈린 영국은 혼란스럽다. EU 탈퇴 지지파들은 오바마의 EU 탈퇴 반대 주장에 반발했다. 보수당의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는 "(제3자인) 오바마는 브렉시트 논란의 본질을 모르고 있다. 영국이 얼마나 많은 통치권을 EU에 넘겨줬는지 진실로 알게 되면 (오바마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보수당 전 당수인 레인 던컨도 "미국 국민들에게 받아들이라고 하지 않을 상황을 영국 국민들에게는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표적인 EU탈퇴 지자파인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EU 만큼 미국에 이익인 조직은 없을 것이다. EU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영국은 더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라며 교역, 외교, 안보 측면에서 관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브렉시트 반대파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반면 영국 정부는 '더 강한 영국' 실현을 위해 EU 잔류를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은 EU 안에 있을때 더 안전하고 강력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 충격'도 부각했다. 브렉시트로 영국 가계는 연간 4300파운드(약 700만원)의 비용 부담을 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브렉시트로 인한 영국과 EU 간 교역 장벽이 가져오는 비용 때문이다. 영국 수출의 44%를 EU가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도 브렉시트를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가 이달 초 조사한 설문에서 대형 투자자의 31%가 "브렉시트가 앞으로 1년간 가장 큰 불안 요인이 될 것"으로 답했다. 앞서 조사에서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던 "미국, 중국의 경기침체"보다 브렉시트를 '꼬리 위험(Tail Risk, 가능성은 작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가져올 위험)'으로 더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이 브렉시트를 우려해 투자와 고용을 망설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일지
2013년 1월23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2017년까지 브렉시트 국민 투표 시행 발표.
2015년 5월10일 캐머런 총리 총선 승리, 브렉시트 투표 실현
11월11일 영국 정부, EU 잔류 위한 4가지 요구조건 전달
12월18일 캐머런 총리 "2016년 중 국민투표 실시"
2016년 2월19일 EU 정상회의서 브렉시트 저지를 위한 협상안 타결
2월20일 브렉시트 국민투표(6월23일) 일정 발표
4월15일 브렉시트 공식 선거운동 개시
6월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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