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카리스마와 부드러움.. 두명의 초록마녀, 두가지 매력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4.27 18:25

수정 2016.04.28 05:38

뮤지컬 위키드 '엘파바' 더블캐스팅 차지연·박혜나
차지연 "단순한 동화인줄 알았는데 우리 사회의 문제 꼬집는 작품"
"그 메시지에 놀라고 있어요"
박혜나 "2013년 이어 두번째 도전..초연때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차지연(왼쪽)과 박혜나가 오는 7월 재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 엘파바 역에 더블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은 차지연(왼쪽)과 박혜나가 오는 7월 재공연되는 뮤지컬 '위키드'의 초록마녀 엘파바 역에 더블캐스팅돼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할 예정이다. (사진=클립서비스 제공)

차지연
차지연

박혜나
박혜나

여배우들 사이에 신경전이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신경전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무대에서 더 빛나고 싶은 욕망은 모든 '디바'의 본성 아닌가. 그런데 여배투 '투톱'인 작품에서 신경전은커녕 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여배우들이 있다. 뮤지컬 '위키드'의 마녀들이다.
지난 2013년 라이선스 초연 당시 국내에 '초록마녀 신드롬'을 일으킨 '위키드'는 여배우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고난도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초절고음의 넘버(수록곡), 500개가 넘는 큐 사인, 54번의 무대 전환 등 '모진 풍파'를 헤쳐가다보니 전우애마저 느낀다고. 올해 다시 돌아온 '위키드'에서 초록마녀 '엘파바'로 간택된 박혜나·차지연을 공연 한달여를 앞두고 만났다.

두 사람은 올해 데뷔 10주년, 가창력 종결자, 지난해 뮤지컬 '드림걸즈'에서 같은 역을 맡은 뒤 잇따라 평생의 반려자와 가정을 꾸린 것까지 교집합이 상당하다. 현재 뮤지컬계에서 가장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배우이기도 하다. 차지연은 지난 한 해만 '드림걸즈' '잃어버린 얼굴 1895' '레베카'를 연달아 몰아쳤다. 최근 음악예능 '복면가왕'에서는 '캣츠걸'이라는 별명으로 최초 5연승을 거두며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점령하기도 했다. 박혜나도 지난해부터 '드림걸즈' '데스노트' '오케피' 같은 화제작에 출연하며 믿고 보는 연기와 노래로 관객들을 만족시켰다.

이제 '위키드'다. 2013년에 이어 다시 엘파바를 맡은 박혜나와 엘파바에 첫 도전하는 차지연의 색깔은 어떻게 다를까.

"첫 리딩을 하는데 지연 언니가 검은색 치마에 머리를 길게 풀고 나타났어요. 비주얼이 딱 카리스마 있는 엘파바더라고요. 매번 자신의 색깔이 캐릭터에 묻어나는데 이번에도 언니만의 엘파바가 나타날 것 같아요."(박)

"혜나씨는 부드럽고 묵직한 카리스마가 있어요. 제가 발산하는 스타일이라면 혜나씨는 내면의 소용돌이가 있는데 그 힘이 강력해요. 굉장히 반대되는 색깔이라 관객들이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차)

첫 도전이라 힘들고, 두번째여도 힘들다는 데에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박혜나는 "초연 때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위키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온 것 같다"며 "연습하면서 롱런하는 작품에는 이유가 있다. 다시 한번 좋은 작품임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차지연은 "초연 멤버들에게 뒤지면 안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있지만 점점 빠져들고 있다"며 "특히 작품의 메시지에 놀라고 있다"고 했다. "단순히 동화를 비튼 이야기, 여자들의 우정을 다룬게 아니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밖에 할 수 없는 사회의 문제를 예쁘게 잘 꼬집고 있더라고요. 우리가 사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요."(차)

특히 두 사람은 올해 동시에 데뷔 10주년을 맞고 '위키드'에 함께 출연하게 된 감회가 남다르다.

고등학생 시절 춤과 노래를 좋아했지만 그저 "좋은 대학 가는 것"이 목표였던 박혜나는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에 발을 담그게 되면서 "10년만 제대로 해보자"고 결심했단다. "좋아하는 일이면서도 저와 맞지 않는 세상인 것 같다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쉬지 않고 달려오다보니 지금에 와 있네요."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지만 제대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3년 '위키드' 초연부터였다. "'위키드' 이후로 일자리 창출에 대한 부담을 좀 내려놨죠.(웃음) 인생은 어찌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 뒤에는 잘 되든 안 되든 휘둘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노래가 하고 싶어 고등학교 때 대전에서 상경한 차지연은 요즘 데뷔하기 전 삶의 무대였던 홍대에 가면 현실이 꿈처럼 느껴진단다.
"당시에 홍대에서 전단지 돌리며 푼돈을 벌었거든요. 그저 음악을 듣고 싶은 마음에 레코드점을 기웃거렸던 기억이 생생해요. 교통비가 없어서 걸어다니던 길을 이제 제 차로 운전해서 다니고. 생각하면 소름이 돋아요."

차지연은 박혜나를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동료"라고 할 만큼, 박혜나는 차지연을 "카리스마 있어 보이지만 세상 최고로 여성스러운 언니"라고 할 만큼 서로를 잘 알고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겨울 스케줄이 바빠서 서로의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봉투'로 각자의 마음을 전했다고. "언니가 마음을 크게 넣었더라고요."(웃음) "제가 같은해에 태어났지만 2월생이라서 언니거든요. 언니니까요~"(까르르)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이들은 꿈도 닮아 있었다.
"좋은 사람이자 배우가 되는 것."

"욕심 부리고 싶지 않아요. '위키드'도 누구보다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뿐이에요. 주름, 흰머리 그대로 멋있게 늙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차)

"'위키드'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작품이 나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 정도 능력이 되고, 곧 나올거라 믿어요. 다양한 작품에서 관객들과 만나고 싶습니다."(박)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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