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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루사리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1 17:18

수정 2016.05.01 17:18

이슬람 여성들은 코란의 가르침 때문에 몸과 얼굴을 가려야 했다. 여성의 머리카락이 남성을 유혹하는 요망한 부분이고 여체의 윤곽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것이다. 이슬람 전통복식은 지역과 종교적 성향에 따라 종류도, 명칭도 다양하다. 머리 가리개인 히잡, 얼굴과 손발을 제외하고 온몸을 가리는 아바야, 머리부터 발끝은 물론 눈까지 망사로 가리는 부르카, 얼굴만 내놓고 몸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 등…. 또 눈은 보이되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망토 형태의 키마르, 투피스 형태의 베일인 알 아미라, 직사각형 형태의 스카프인 샤일라 등도 있다. 색깔은 흰색 외에 붉은 점 무늬가 섞인 것 등 다양하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이 확산하며 이슬람 전통의상을 착용하지 않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국빈방문을 위해 1일 출국했다. 한국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1962년 양국 수교 이래 54년 만에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원칙적으로 전 일정을 '루사리'를 쓰고 소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의 법 규정과 문화를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외국 여성지도자의 히잡 착용을 면제해주는 다른 중동 국가들과 달리 이란은 복식 규정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보통 히잡은 눈썹 위까지 가린 채 얼굴만 드러내는 두건 형태인데 루사리는 숄이나 스카프에 가깝다. 화려한 색상도 많고 어깨까지 두르거나 목에 묶는 등 다양한 형태로 연출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이란을 방문한 서구의 여성정치인들도 모두 머리카락을 가렸다. 캐서린 애슈턴 전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와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이슬람 율법을 중시하지만 지난해 3월 박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히잡을 쓰지 않도록 배려한 일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이슬람 사원을 방문했을 때만 '샤일라'로 머리를 가렸다.
반면 지난해 1월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조문을 위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에 간 미셸 오바마 여사가 히잡을 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박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36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고 한다.
침체된 국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작은 계기라도 되었으면 한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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