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어로 '바(ba)'는 '더 좋은(better)'이란 뜻이며 바실라는 '더 좋은 신라'를 의미한다고 이슬람 전문가인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해석한다. 타이후르왕은 신라의 태종무열왕으로 추정된다. 쿠시나메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이 교수는 이미 1400년 전에 한국과 이란이 혈맹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쿠시나메는 바실라를 섬으로 묘사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지는 점도 있지만 단순히 허구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삼국사기에 페르시아 카펫이 나오고, 신라 왕릉에서 공작새 꼬리털이나 금은 세공품.인형 등이 다수 발견될 만큼 신라는 페르시아와의 교류가 활발했다.
1962년 수교 이래 한국과 이란은 끈끈한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다. 1973년 오일쇼크 때 이란은 산유국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석유를 공급했다. 1977년 양국 수도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서울 강남의 '삼릉로'는 '테헤란로'로 바뀌었다. 테헤란로는 그 후 한국의 정보기술(IT)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생겨났다. 그곳에는 '서울공원'도 조성됐다.
중동에서 한류 바람이 유난히 거센 곳도 이란이다. 이란은 태권도 인구가 200만명에 달하는 등 '제2의 태권도 종주국'으로 불린다. TV 드라마 '대장금'과 '주몽'은 80~90%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외세의 침공 등 수많은 역경과 시련을 극복해낸 역사적 배경과 가족 중심적 가치, 어른을 공경하는 풍습 등 여러 문화적 유사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로 양국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양국은 테헤란에 K타워, 서울에 I타워를 설치해 문화 및 비즈니스 교류의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란은 수천 년 동안 동서양 문화와 지식이 거쳐 가는 통로였다. 이제는 한류를 전파하는 거점 국가로 삼을 만하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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