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삼성 TV 신소재 '퀀텀닷', 미래 의료 기술로 주목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8 18:15

수정 2016.05.08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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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지 교수·명승재 소장, 퀀텀닷 공동연구 진행
현재 종양의 25% 진단 불가.. 퀀텀닷을 단백질에 붙이면 암세포 정밀하게 구분 가능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장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장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

삼성전자의 TV 신소재로 알려진 퀀텀닷(양자점)이 미래 의료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단백질에 퀀텀닷을 붙이면 몸 속 암세포를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어 '암 정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나노로봇 덕분에 인류가 2029년께 영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포 크기의 로봇이 몸 안에서 직접 암세포를 없애고 동맥경화 등 심각한 질병을 치료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나노 기술 중 최근 특히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물질을 바꾸지 않고도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내는 소재인 퀀텀닷이다. 국내 의료 분야에서는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와 명승재 아산생명과학연구원 의생명연구소장이 퀀텀닷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퀀텀닷을 이용하면 암세포를 아주 정밀하게 구분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퀀텀닷은 매우 밝은 빛을 내는 특징이 있고 자연색에 가까운 정확한 색을 내는 데 탁월한 소재이다. 특히 몸 속 DNA 보다도 크기가 작아 신체 안에서의 활용도가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암세포에 달라붙는 단백질에 퀀텀닷을 붙이면 몸 안의 암세포를 찾는 데 쓸 수 있다"면서 "같은 암이라도 환자별 편차, 발병 위치 등으로 인해 하나의 단백질만으로 암세포를 구분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퀀텀닷은 입자 크기를 조절하는 것만으로 푸른색부터 붉은 색까지 다양한 색은 물론이며 여러 적외선 파장들까지 낼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색깔의 퀀텀닷을 이용하면 여러 단백질의 움직임을 동시에 볼 수 있어 암세포를 아주 정밀하게 구분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분야에서 일하고 중개연구를 하고 있는 명 소장도 요즘 퀀텀닷 의료기술에 대한 상용화 가능성이 부쩍 높아졌다고 느끼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퀀텀닷에 항암제를 붙여서 암을 가진 동물에 투여, 암세포만 공격하게 하는 방법이 발표되기도 했다"며 "퀀텀닷이 암세포와 만날 경우 산도(pH)의 변화를 감지해 항암제가 떨어져 나와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와 명 소장은 고감도 암 진단법으로 대장암에 대한 세 가지 항체에 퀀텀닷을 붙여 각각 대장암을 지닌 동물에 주입한 후 형광영상을 촬영, 대장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의료업계에선 예전부터 암세포를 구분할 때 퀀텀닷 활용 방안을 고민해왔다.

명 소장은 해당 연구에 대해 "아직도 종양의 25%는 기존 방식으로는 진단하지 못한다. 형광 분자나 효소를 이용한 기존 방식은 온도, 습도 등 외부 조건에 따라 형광 특성이나 효소 활성을 잃어버리거나 장시간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에 반해 퀀텀닷은 빛의 안정성이 뛰어나 쉽고 간편하면서도 신뢰도 높은 자가 진단 키트를 만들 수 있다. 환자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데다 환자의 상태가 전형적이지 않을수록 더 유용하기 때문에 가치가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퀀텀닷은 의료기술 외에도 정확한 색 표현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의 특성을 십분 발휘해 기존 TV가 표현할 수 없었던 정확한 색 표현이 가능한 퀀텀닷 디스플레이 TV를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놨다.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지난 3일 "현재 기술발전은 저조차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퀀텀닷의 발전 속도가 '진화한다'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퀀텀닷은 기본적으로 반도체 나노 결정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과 관련된 전자 분야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를 대체할 수 있는 고효율의 퀀텀닷 전지 관련 연구들이 그런 것들이다

김 교수와 명 소장은 퀀텀닷에 대해 '차세대를 이끌어갈 대표적 미래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향후 의료 분야에서 퀀텀닷 기술을 통해 정밀진단과 개별 치료의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지난 10년 간 퀀텀닷이 의료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의 가능성을 보았다면 앞으로는 퀀텀닷의 실제 활용 방안이 본격 개발되는 시기일 것"이라며 "퀀텀닷의 광학 특성을 이용한 의료 기법은 저비용 고효율의 미래 기술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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