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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기업 구조조정 방식 바꿔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1 17:17

수정 2016.05.11 17:17

[fn논단] 기업 구조조정 방식 바꿔야

우리 경제의 중추산업으로 군림해오던 해운업과 조선업에 구조조정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특히 이번의 구조조정은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 마련을 위해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한국판 양적완화 주장으로 더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구조조정의 진행과정에서는 한국판 양적완화 논란을 초래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도 드러나는데, 안타깝게도 이 부분에 관한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다.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구조조정의 중심에는 시장이 아니라 정부가 서있었다는 사실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 진행되었던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은 대부분 정부주도로 이루어져 왔음을 보아왔기에 우리는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에 너무나 익숙하다. 그러나 국가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산업구조가 세분화되고 복잡해지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이 가지는 한계는 점차 뚜렷해진다.
게다가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태생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약점을 가진다.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대규모 비용이 결국은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경우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현재 정부를 제외한다면 국내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계획해 완수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시장참가자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지만 시장발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계속해서 개입하는 것은 구축(Crowding-out)효과를 통해 시장성장을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민간의 기능을 확대하는, 특히 자본시장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내 구조조정시장의 형태를 바꿔나가야 한다.

구조조정에서 민간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금융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정책금융은 성장 초기의 중소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적극적 역할을 지속해나갈 필요성이 있지만, 성숙기를 지난 대기업에 대한 지원 역할은 축소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조조정에 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기업들에 대해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규모 정책금융을 지원해주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어려울 때 손쉽게 정책금융을 제공하는 것은 민간의 구조조정 기능을 위축시킨다. 다음으로는 민간 구조조정 전문기구 육성이 절실하다. 사모펀드(PEF)나 헤지펀드의 경우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조달과 다양한 위험관리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운용규제 완화를 통해 구조조정시장에서 이들의 역할이 커질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이번이 결코 마지막 사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에 발생하게 될 또 다른 구조조정 상황에서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의 플레이어가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그래서 시장의 원리가 상당부분 작동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화돼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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