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측우기에 측우대가 필요한 이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7 16:52

수정 2016.05.17 16:52

[특별기고] 측우기에 측우대가 필요한 이유

'기술이 고도로 발전하면 마술과 구별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 과학소설가인 아서 클라크가 한 말이다. 인류문명을 이끈 세계 3대 발명품인 화약, 나침반, 종이, 여기에 인쇄술까지 더해 4대 발명품이 현대에 이르러 활용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 가히 마술이 따로 없다.

목적지를 찾는 나침반은 내비게이션으로 발전해 목적지와의 거리, 도착 시간은 물론 목적지의 주변 환경까지 미리 보고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종이는 퍼스널컴퓨터, 빔프로젝트, 홀로그램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로 발전해 대상을 보는 수준을 넘어 본인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의 표현방법을 구현하고 있다.

또 화약은 그 폭발성이 별 하나를 집어삼킬 수준으로 발전했고, 인쇄술은 3D프린팅을 통해 글자를 찍어내는 것을 넘어 집이든 우주선이든 무엇이든 찍어낼 수 있는 정도에 이르렀다.

흔히 발명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요즈음에는 발명기술의 진보와 융복합화 등에 따라 유에서 더 나은 유를 보태는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실제로 4대 발명품이 만들어진 이래 1000년 이상을 거치면서 수많은 발명가들이 기존 기술을 개량하거나 결합해 기술혁신을 이끌어 왔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발명기술이 특허로 당연히 보호받지는 않는다. 특허권을 따내기도 하지만 때론 부여받은 특허권이 권리를 실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발명가의 땀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또 발명가의 노력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이 있다. 발명가의 권리가 아무런 대가 없이 침해되는 경우다. 어려운 관문을 다 거쳐 이제 막 권리를 얻었는데, 노력이라고는 베끼기밖에 한 것 없는 사람이 나보다 더 큰 이익을 누린다면, 더 나아가 나의 이익까지 위협한다면 그 박탈감은 훨씬 클 것이다. 실제로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 컨설팅한 기업 중에는 자신의 발명품을 카피한 중국 제품 때문에 오히려 회사 사정이 나빠져 찾아온 업체도 있었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됐지만, 그 과정은 굉장히 험난했다.

이렇듯 발명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허권이라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발명의 날'을 있게 한 측우기는 1441년(세종 23년) 만들어져 이듬해부터 지방에 설치, 강우량을 측정한 발명품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각 지방의 강우량을 파악하기 위해 높이 1척5촌, 지름은 7촌인 측우기를 석대에 안치한다'는 대목이 있는데, 석대(측우대)를 두는 이유는 측우기 자체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빗물이 튀는 것을 방지해 측우기의 본래 목적인 측량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래기술을 예측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산업재산 보호에 관한 국제 동향과 현안에 대해 글로벌 전문가들의 식견을 듣고 발전방향을 논의, 제시하는 기회를 마련해 향후 기술보호를 위한 토대를 더욱 다져나갈 것이다.

5월 19일은 발명의 날이다.
현재를 있게 하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발명가에게 그저 고마움을 느낀다. 그리고 발명가의 사상이 마술이 되어 현실이 돼가는 세상을 상상하면서 발명이 올바로 보호되도록 해야겠다.


진명섭 한국지식재산보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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