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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조선업 구조조정, 대우조선에 집중하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19 17:05

수정 2016.05.20 09:26

현중·삼성중 경영간섭 말고 일단 자율개혁 믿고 맡겨야
기업 구조조정이 순조롭지 못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놓고 채권단과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현대중공업, KDB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에 각각 자구안 제출을 요구했다. 주채권은행의 요구에 두 회사는 마지못해 응했다. 하지만 속으론 주채권은행의 간섭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이슈는 4.13 총선을 계기로 불거졌다.
지난달 하순 정부는 '제3차 구조조정 협의체'에서 조선 3사에 대해 주채권은행이 자구계획을 받아 집행 상황을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어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이동걸 산은 회장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자구안 제출을 재촉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12일, 삼성중공업은 17일 자구안을 냈다.

조선업 불황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정부와 채권단의 방침은 올바른 방향이다. 문제는 민간기업에 대한 정부.채권단의 간섭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이냐다. 현대.삼성중공업이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어 머지않아 독(dock)이 빌 수도 있다는 우려는 타당하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비중이 높아 상황이 더 나쁘다. 그러나 양사는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익금도 꽤 쌓여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두 회사의 의지다. 양사는 알짜 자산도 팔고 임직원도 줄이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현대.삼성중공업은 근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과 체질이 다르다.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사실상 공기업이라면 현대.삼성중공업은 주인이 따로 있는 민간기업이다. 은행에 빚이 있지만 다른 정상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통상적인 경로로 대출받은 돈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투입한 공적자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얘기다. 만약 현대.삼성중공업이 은행에 또다시 손을 벌린다면 채권단이 간섭할 여지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일단은 양사의 자율 구조조정을 믿고 기다리는 게 순서다.

산은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계열사 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원 약속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성급해 보인다. 일시적이나마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함부로 돕다간 배임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김종중 전략팀장(사장)은 18일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삼성중공업에 물어보세요"라는 짤막한 답변을 내놨다. 자구안은 그룹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읽힌다. 한편으론 독자생존에 대한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일단 대우조선해양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조선 3사를 싸잡아 수술대에 올리는 게 현명한 전략도 아니다. 자칫 외부에 통째로 부실 낙인을 찍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만 현대.삼성중공업은 자체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야 채권단의 간섭을 뿌리칠 명분이 선다.
행여 나중에 채권단에 손을 벌리기라도 했다간 따가운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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