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기획부동산 토지 사기판매 '주의보'

김진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29 19:13

수정 2016.05.29 19:13

'그린벨트 해제' 구호아래 무작위 전화로 투자 유혹
개발호재와 떨어졌거나 맹지인 경우 많아 주의
#. K씨는 지난 25일 A사 텔레마케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좋은 토지물건을 경매로 낙찰해 싸게 분양받을 수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설명회부터 들어보라는 것. 각종 산업단지와 미군기지 이전 등 개발호재가 있는 경기도 평택시 일대의 땅을 비롯한 용인이나 고양 등을 직접 방문해서 믿고 투자하시면 확실히 책임져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미 A사가 확보한 땅도 있고 함께 경매절차부터 진행할 수 있는 물건도 소개해 준다고 했다. A사 관계자는 "선릉역 인근에 사무실이 있으니 한번 방문해 보라"는 말까지 전했다.

한때 기승을 부렸던 기획부동산 토지 사기판매가 다시 활개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획부동산이란 특정지역의 토지를 여러명의 투자자에게 지분투자 또는 공동투자 방식으로 참여토록 하는 판매형태다.
개발호재가 빠르게 가시화할 경우 돈을 벌수 있지만 지자체의 계획만 있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경우도 많다.

일부 기획부동산은 개발호재와 사실상 멀리 떨어져있거나 맹지인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조만간 그린벨트 해제된다" 미끼 던저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부동산컨설팅회사들이 과거 기획부동산처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라는 구호아래 고객을 잡기위한 광고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수도권인근 개발호재가 몰린 그린벨트 땅을 미끼로 무작위 전화를 돌려 투자자를 끌어 모으려 하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그린벨트 법안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는 시장 또는 도지사가 정부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30만m² 이하의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지자체장이 국토부와 협의를 할뿐 해제 결정 자체는 이제 도의회에서 결정하게 된 것이다.

한 부동산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서울, 경기를 중심으로 개발할 수 있는 용도를 갖춘 토지를 경매를 통해 싸게 낙찰받아 고객에게 연결할 것"이라며 "정부 부동산 정책과 연결해서 개발이 될만한 입지를 분석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먼저 투자요청 연락이 올 경우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업체 사무실에 방문하는 경우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는 투자회사 직원의 브리핑에 현혹돼 물건을 지르듯 땅을 사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투자의 제1원칙은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이 원칙이 깨지게 된다.

이정호씨(가명)는 아는 지인의 소개로 2년 전 춘천에 레고랜드가 들어선다는 땅에 당시까지 모은 돈을 전부 투자했다. 이씨는 "개발영상을 보여주며 확실하다고 하는 말에 혹해서 투자했다"며 "하지만 계약후 찾아 본 땅은 개발과는 거리가 먼 논이었다. 그마저도 쪼개기식으로 (여러 사람에게) 팔려서 내 맘대로 할 수 조차 없었다"고 털어놨다. 기획부동산 업자는 토지이용관리계획을 확인할 수 없도록 계약전까지 땅의 실제 주소를 감추기 일쑤다. 전혀 관련없는 땅을 계약하는 곳이라며 보여주기도 한다.

■전문가 답사 등 꼼꼼히 확인해야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경기도 내 개발제한구역 등에서 투자여지는 분명히 있지만 개발제한 해제나 땅의 용도변경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며 "개발 지역 투자 시에는 직접 답사도 해보고 관계도청에 진행사항 여부도 확인 하는 게 좋다"고 경고했다.

최근 국가수용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남양주를 보면 그린벨트해제 여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국토부 표준공시지가에 따르면 경기도 남양주시 진관읍 용정리의 농업용 용지는 1㎡당 10만~14만원, 공업용지는 27만~35만원 수준이다. 같은 진관읍 내에서 국가수용으로 다산 진건지구 신도시를 짓는 그린벨트 해제 지역(1㎡당 114만원)보다 5~10배 이상까지 지가가 낮다. 경기도청 지역정책과 관계자는 "그린벨트해제 권한이 넘어왔다고는 하지만 함부로 풀리는 게 아니다"며 "그린벨트를 풀고 하는 것은 취락지구 형성 등 해제를 위한 타당한 요건을 갖춰야 해서 임의로 손쉽게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양주시청에 따르면 남양주에서 그린벨트가 해제됐거나 개발의 여지가 있는 땅은 전체의 20~30%에 불과하다.
남양주시 진관읍 용정리 인근 한 공인중개인은 "한번 개발에서 멀어지면 그린벨트 해제는 요원하다. 평생묶여 있을 수도 있다"며 "이 지역 수많은 사람들이 그린벨트에 묶여 농축사용으로만 사용가능한 땅을 벌금을 내면서까지 불법용도변경해 창고로 임대를 놓고 있는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herok@fnnews.com 김진호 기자

*기획부동산은 특정지역의 토지를 여러명의 투자자에게 지분투자 또는 공동투자형식으로 참여토록 하는 판매형태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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