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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우조선 스캔들'의 네가지 고리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1 17:00

수정 2016.06.01 17:00

[차장칼럼] '대우조선 스캔들'의 네가지 고리

공적자금 7조1000억원, 부채비율 7308%.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한국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스캔들'이다. ①정부 관료는 무능했고 ②회사 경영진은 무책임했다. ③감독자는 눈을 감았고 ④정치권은 눈앞의 이익만 좇았다. 이 '네 개의 고리'는 '도덕적 해이'라는 큰 고리에 물려 있다.

첫째, 대주주 산업은행(지분 49.7%)은 무능했다. 산은은 자회사 130여곳(비금융 118개사)을 거느린 대그룹이다.
외환위기가 수습되고 2000년대 초.중반 경기가 반등했다. 산은은 자회사에서 나오는 배당수익에 콧노래를 불렀다. 2008년 매각 실패 후 이명박정부의 고환율정책(원화 약세) 덕에 실적은 부풀려졌다. 이 틈에 산은 경영진은 성과급 잔치도 열었다. 그러나 착시였다. 지난해 4월 5조원대 손실을 숨긴 분식회계 의혹이 터졌다. 산은 부행장 출신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몰랐다"고 했고, 전.현직 경영진은 "분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역대 CFO들은 산은에서 뼈가 굵은 재무통들이다. 또 산은 본부장이 감사위원이었다. 이들이 몰랐다는 게 아이러니다. 시민단체가 "대우조선 분식회계 정황을 산은과 금융위원회가 알고도 방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한 이유다. 정부는 '선(先)책임 규명' 목소리를 외면했다. 4.13 총선 6개월 전(2015년 10월 22일) 정부는 4조2000억원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결정한다. 명분은 '조선업 연착륙'이지만 사실상 정치적 결정이다.

둘째, 대우조선 경영진의 무책임이다. 정성립(2001~2006, 2015~현재), 남상태(2006~2012), 고재호(2012~2015) 사장은 모두 연임했다. 저가수주를 해놓고 이익을 부풀렸다는 의혹도 연임의 연장선에 있다. 연임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사장과 임원은 정치권에 줄을 댔고, '자기 사람'을 챙겼다. 그 속에 자리(임원)는 보전됐다. 노조도 잇속을 챙겼다. 정치권은 국책은행장 등은 물론 요직에 '낙하산 인사'를 심었다. 2004년 이래 대우조선 전임 사장, 산은 임원 등 정.관계 60명이 고문.자문.상담역으로 최대 2억6000만원 연봉(평균 8800만원)을 받아갔다(국감 자료). 경영진도 매년 수억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주인 없는' 기업과 정.관계의 공생이다.

셋째, 내.외부 감독시스템은 무력했다. 회계법인의 감사는 엉터리였다. 6년간 대우조선 외부감사를 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은 뒤늦게 영업손실 5조5000억원이 "기재 착오였다"고 변명했다. 이런 부실감사를 해놓고도 로비력을 내세워 슬그머니 넘어갈 공산이다. 사외이사들도 허수아비였다. 정치권, 관료, 학계 출신 비전문가 '낙하산' 사외이사들은 대주주 전횡, 경영진의 배임에 대해 감독하지 않았다.

넷째, 정치권의 부적절한 개입이다. 정치인이 쏟아낸 무책임한 포퓰리즘 발언은 시장의 합당한 의사결정을 가로막았다.

'대우조선 스캔들'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상징한다. '정부(관료)가 정치를 하고, 정치(국회의원)가 정책을 하는' 기형적 구조다.
정치권은 조선소로 가서 고용보장을 약속하고, 정부는 한국은행의 발권력부터 꺼내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대우조선 스캔들의 '네 가지 고리'를 명백히 밝혀야 한다.
7조1000억원은 국민의 돈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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