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상선 용선료 마무리 수순.. 해운동맹 합류에 '사활'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1 17:31

수정 2016.06.01 17:31

사채권자 집회 완료, 용선료 세부사항 조율
한진해운·K-라인 동의만 얻어내면 '디얼라이언스' 가입
1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이틀째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은 현대상선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100% 동의로 가결시켰다. 이날 사채권자 집회 준비로 분주한 현대그룹 본사. 사진=김범석 기자
1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이틀째 열린 현대상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사채권자들은 현대상선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100% 동의로 가결시켰다. 이날 사채권자 집회 준비로 분주한 현대그룹 본사. 사진=김범석 기자

현대상선의 사채권자 집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용선료 협상과 해운동맹 가입에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은행은 자율협약 조건으로 사채권 조정,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을 내걸었다. 하나라도 성공하지 못하면 자율협약은 종료된다.

개인을 비롯한 모든 사채권자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채권단보다도 이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으로 채무재조정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용선료 협상.해운동맹 '청신호'

1일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용선료 협상에 대해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으며 조속한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선주들과 큰 틀에서 용선료 조정에 합의했으며 세부사항을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용선료는 현대상선 재무구조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당초 용선료 협상 최종 결론은 사채권자 집회 직전인 지난달 30일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선주들이 사채권자 집회 결과를 지켜본 후 협상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고 전해지면서 사채권자 집회 성공 여부가 용선료 협상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이 자율협약 조건 세 가지 중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뜻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사채권 조정에 성공했으니 용선료 협상도 곧 타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율협약의 또 다른 조건인 해운동맹 가입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한 해운사가 전 세계 항로를 모두 전담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선사와 항로.선박을 공유하는 해운동맹 가입은 글로벌 해운영업에 필수 요소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13일 발표된 새로운 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참여가 보류되면서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 사채권자 집회 성공으로 해운동맹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섰다. 현대상선은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소속 해운동맹 'G6' 정기회의에서 디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일부 선사를 대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선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해운동맹 가입을 논하는 자리는 아니다"라면서도 "직접 만나는 자리인 만큼 현대상선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디 얼라이언스 소속 4개 선사가 채권단에 현대상선의 가입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상선은 앞으로 나머지 2개 선사인 한진해운과 K-라인(일본)의 동의만 얻어내면 새 해운동맹에 무리 없이 가입하게 된다.

■출자전환 '최대한 개인에 유리'

현대상선은 이틀간 집회를 통해 결정한 채무재조정을 개인투자자나 단위농협 등 사채권자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으로 적용했다. 주식 장기보유가 힘든 사채권자들이 조기 현금 회수에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모사채권에 대한 채무재조정은 50% 이상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잔여채무는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한다. 채권단이나 사모사채 보유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채권단이 출자전환하는 6800억원 규모의 차입금이나 사모사채 등은 60%를 출자전환하고 자발적 보호예수를 통해 5년간 팔 수 없다. 잔여채무도 5년간 유예한 뒤 5년 동안 분할상환하면서 모든 채무재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10년이 걸린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1200억원 규모의 사채권도 이 조건이 적용된다.

주식 출자전환은 일반공모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상선이 관리종목에 편입돼 있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개인채권자들이 6개월간 주식을 팔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낸 아이디어다.

이에 앞서 현대상선은 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의 지분을 7대 1 비율로 추가 감자에 나설 예정이다. 이 경우 22.6%인 현대상선 대주주의 지분은 4.0%로 줄어든다. 채무재조정을 거쳐 채권단, 사채권자, 선주 등의 지분이 신규 상장되면 대주주 지분은 1% 미만으로 감소한다.


개인사채권자들은 남은 50%의 사채도 언제든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회사 측도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날 집회에서 CB 전환을 요구했다는 채권자는 "현금으로 분할상환하는 것보다는 CB로 바꿔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터 달라고 했다"면서 "회사 측과 채권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ane@fnnews.com 박세인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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