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전산 조작해 한전공사 불법 낙찰.. 공사대금 못 받아도 사기죄 성립

장용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1 18:02

수정 2016.06.01 18:02

컴퓨터 입찰 프로그램을 조작, 공사를 수주받았다면 대금지급을 받지 못했어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정한 수법으로 공사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공사대금을 받아챙기는 등 '재산상 이익'을 얻기 전이라 해도 사기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결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주모씨(41.전기공사업체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9년 추징금 36억816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부정입찰로 얻게 되는 재산상 이익은 공사대금이 아니라 부정한 낙찰자와 공사계약을 체결한 것 그 자체"라며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부 부정입찰행위를 사기미수로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주씨는 전산담당 직원들과 짜고 입찰예정가를 미리 빼내거나 입찰시스템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특정 업자들이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36억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주씨는 2007년 6월~2014년 12월 사이 총 89건 1577억원 상당의 공사를 부정한 수법으로 따내거나 따내려고 시도한 혐의다.


1심 법원은 이 가운데 71건을 부정입찰로 인정해 징역 7년을 선고하고 입찰시스템 조작으로 얻은 수익 36억원을 추징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유죄인정 범위는 그대로 둔 채 양형이 가볍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형을 7년에서 9년으로 가중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유죄로 인정받지 못한 나머지 18건도 유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주씨는 원심보다 훨씬 죄질이 무거워지게 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도 주씨의 공범들에 대한 상고심에서 대법원 1부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3부에 배당된 사건은 주씨의 부탁을 받고 한전의 입찰시스템을 조작해준 혐의(사기, 입찰방해 등)로 기소된 전산 파견업체 직원 박모씨(39)와 정모씨(35), 강모씨(38)에 대한 상고심이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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