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法 “근로조건 다른 노조, 교섭단체 분리 거부는 위법“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2:00

수정 2016.06.06 12:00

교섭창구 단일화가 이뤄진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근로조건이 현저히 다른 노조가 교섭단체 분리를 요구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받아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리한 근로조건을 가진 노조 이익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노조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교섭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취지를 역행할 수 있다는 게 법원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제주시 환경미화원노조(이하 제주시 노조)와 서귀포시 환경미화원노조(이하 서귀포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지 않은 재심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제주시 노조와 서귀포 노조는 전국공무직노조(제주본부) 등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13년 1월 전국공무직노조를 교섭대표 노조로 선정했다. 이후 전국공무직노조는 단체교섭을 진행, 제주도와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을 체결했다.

제주시 노조와 서귀포 노조는 “환경미화원과 다른 직종의 근로자 간 근로조건이 현격히 달라 교섭단위 분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7월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에 별도의 교섭단위 분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제주도 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신청을 기각하자 소송을 냈다.

법원은 환경미화원과 다른 직종 근로자 간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 차이, 교섭관행 등을 고려할 때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노조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복수노조가 각각 독자적 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생기는 노조 상호간 반목, 사용자와 갈등, 교섭효율성 저하 및 교섭비 증가, 노무관리상 어려움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제주도 공무직 보수지침은 ‘환경미화원‘과 ’일반공무직‘을 구분해 기본급.수당 기준을 달리 정하고 있다”며 “환경미화원은 일반 공무직과 근무시간이 다르고 다른 직종 근로자와 원칙적으로 인사교류도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미화원과 다른 직종 근로자 간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에 현저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 “환경미화원과 타 직종 근로자간 근로조건 및 고용형태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교섭단위를 하나로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교섭을 어렵게 하고 노조 간 갈등을 유발해 노사관계 안정성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며 “교섭창구 단일화를 유지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보다 교섭단위를 분리함으로써 달성되는 이익이 더 큰 만큼 중노위 재심결정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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