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국내투자 급감.. 해외투자만 펑펑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2 17:49

수정 2016.06.02 22:02

한국경제, 저성장 늪에 빠졌지만..  해외투자율은 17년만에 최고
대대적 구조조정 앞두고 제조업 설비투자 꺼려
소비·생산 부진 악순환
기업 국내투자 급감.. 해외투자만 펑펑

우리 경제 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0%대로 떨어졌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 1.4분기에도 0.5%에 그치면서 저성장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우리나라 대신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올 1.4분기 해외투자율은 근 20년 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해외투자율, 외환위기 이후 최고

우리나라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소득을 분배해야 할 기업들이 해외에 돈을 부으면서 우리 경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던 우리나라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급기야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 1.4분기 국외투자율은 9.1%로 작년 4.4분기(5.7%)보다 3.4%포인트 뛰었다. 이는 1998년 2·4분기(9.9%) 이후 17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면서 쌓인 외화자산을 해외에 재투자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 대한 투자는 크게 줄였다. 국내 총투자율은 전분기 대비 1.3%포인트 하락한 27.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2009년 2.4분기(26.7%) 이후 6년9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총투자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투자증가 속도가 소득증가 속도보다 느려진다는 의미다.

제조업의 성장동력이 말라가면서 설비투자 여력이 축소된 데다 반도체.철강 등 주력업종 역시 중국과의 경쟁심화, 공급과잉, 수요부진 등으로 투자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특히 대대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김화용 차장은 "국외투자는 직접투자도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순수출)도 반영된다"면서 "기업들이 국내투자 대신 해외투자로 100% 전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소비.수출 동반 위축 '비상'

국내 경제를 이루는 두 축인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 중반대를 달성하기도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올 1.4분기 민간소비는 자동차 등 내구재는 물론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가 함께 감소하면서 전기 대비 0.2%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위축된 내수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사용한 소비진작책 효과가 약해지면서 이른바 '소비절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소비는 같은 기간 1.3%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국민총처분가능소득(2.8%)이 늘어난 반면 최종소비지출(-0.1%)은 줄었다. 가계 역시 소비를 아끼면서 돈을 쌓아만 두고 있다는 의미다.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1.4분기 72.1%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4분기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우리 경제를 짓눌렀던 수출 역시 부진의 정도가 덜해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398억달러로 1년 전보다 6% 감소했다. 연초 두자릿수 감소율에서는 벗어났지만 월간 수출통계 집계를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간인 17개월 연속 감소세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황도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전문위원은 "저유가 효과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 고용 둔화로 이어지고, 가계 소득이 크게 늘기 어렵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성장이 더욱 더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날 내놓은 '한국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하며 통화정책도 써볼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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