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산유량 제한 놓고 OPEC 분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2 18:04

수정 2016.06.02 22:08

재정 열악한 5개 회원국 감산 통한 유가상승 지지
사우디·UAE는 소극적, 이란은 증산 방침 고수
산유량 제한 놓고 OPEC 분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각료회의에서 산유량 쿼터(제한)가 재설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최대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도 적극적이지 않은데다 경제제재 해제로 석유수출길이 열린 이란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배럴당 50달러 안팎의 유가가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만의 부유한 회원국들의 숨통이 트이면서 시장점유율 사수 또는 확대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등 이른바 '취약 5개국'의 사정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 이라크, 알제리, 리비아 등 5개 OPEC 회원국을 '취약 5개국'으로 분류한다.
석유생산 기반이나 재정.경제상황 등이 취약한 산유국들이다.

50달러 유가는 이들에게 최악의 유가 수준이다.

석유 수출로 먹고 사는 이들 국가의 경제난을 해결해 줄 정도로 높은 수준이 아닌데다 그렇다고 OPEC 모든 회원국들이 절박한 상황에 내몰릴만큼 낮은 수준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 재정여건이 낫고, 여유가 있는 산유국들이 굳이 산유량 동결이나 감산에 나서지 않아도 되는 유가 수준이다.

'취약 5개국' 장관들의 발언에서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에우로지오 안토니오 델 피노 베네수엘라 석유장관은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하지는 않겠지만 자금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 수장이기도 한 에마뉴엘 이베 카치쿠 석유장관은 석유시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지만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질 필요가 있다"면서 OPEC의 공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팔라 알람리 이라크 OPEC 대표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지속되는 저유가로 "많은 국가들이 거의 붕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RBC 캐피털 마켓츠의 상품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올해 OPEC내 명암이 뚜렷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100달러가 넘는 유가에서도 구조적으로 불안한 이들 국가는 생산단가가 높은 석유업체들을 압박하는 OPEC 정책에 따른 부수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OPEC의 산유량 동결이나 쿼터제 부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4월 사우디가 러시아 등 비 OPEC 회원국들과 함께 산유량 동결에 합의할 듯하다 막판 이란의 동참을 조건으로 합의가 무산되는 등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사우디의 맹방인 UAE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석유장관은 OPEC의 정책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마즈루에이 장관은 빈 도착 일성으로 "시장의 법칙은 수요와 공급이며 이는 잘 작동하고 있다"면서 "시장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의) 석유생산량을 하루 400만배럴까지 계속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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