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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 전 장관 "구조조정 진두지휘할 정부 차원 컨트롤타워 부재" 쓴소리

장민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3 13:01

수정 2016.06.03 16:41

윤증현 전 장관
"경제부총리(유일호)가 종합적인 구조조정 밑그림을 갖고 조정자로서 역할해야지, 왜 엉뚱하게 불쌍한 금융위원장(임종룡)이 다 뒤집어쓰게 해서…,어떻게 금융위원장에게 산업재편을 하라는 말인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윤 전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부서장 이상 간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주제로 약 두 시간 동안 비공개 조찬강연을 진행했다. 재무부 출신 전직 장관이 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윤 전 장관은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진행 중인 기업구조조정 논의의 순서, 전략, 전술, 경제수장의 역할론까지 모두 "틀려먹었다"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경제수장으로서 구조조정 전반을 총괄하고 책임져야 할 유일호 부총리가 사실상 그 역할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윤 전 장관은 "산업재편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밑그림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이번 구조조정은 타겟팅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전략·전술도, 순서도 다 틀렸다"면서 "각 주무부처를 이끌고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려면 부총리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하는데 왜 엉뚱한 금융위원장이 다 뒤집어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장관과 임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때 장관과 기재부 1차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 구조조정 논의 상황에 대한 정부 안팍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 위원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 관료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유일호 부총리가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한 이후 그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할 것으로 설명했지만 실상 가동되고 있는 채널은 지난달 한 번 열린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임 위원장이 이끄는 관련부처 차관급 협의체인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 뿐이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청와대와 기재부가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에 이렇다할 역할을 못하면서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과 같은 '대마'처리와 그 후유증에 대한 책임문제가 자연스럽게 임 위원장에게 쏠리는 상황이다. 윤 전 장관은 이같은 상황을 가리켜 "밑그림이 먼저 나오고 실업문제 해결 방법, 구조조정 자금조달 방안 등이 뒷받침되는 것이 구조조정 전략·전술에 중요한 접근순서"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한 달 전인 5월 초께 직접 윤 전 장관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을 두고 정부와 한은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과거 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을 초청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장관도 "중앙은행 창립 이후 견제하고 대립하던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을 데리고 강연을 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미있는 '역사적 이벤트'라고 평가한다"면서 "정부도 전임 한은 총재를 모셔 중앙은행 입장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한은을 향해서도 고용과 성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역할이 변하는 상황인 만큼 한은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나서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과 원칙이 파괴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로는 "정부도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과 자존심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 과정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사용하되 원칙과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조은효기자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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