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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자구안에 '유상증자' 포함.. 그룹 지원 가능성 열려

박세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3 18:17

수정 2016.06.03 18:17

구체적 내용 포함 없지만 상황 악화 등 종합적 대비
과거 주주 배정 유상증자
계열사들 투자 이끌어내
이사회 동의 先해결해야
삼성重 자구안에 '유상증자' 포함.. 그룹 지원 가능성 열려


삼성중공업이 최근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에 유상증자 내용이 포함되면서 삼성그룹사들이 삼성중공업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진행되면 24% 이상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도 이에 동참할 수 있다.

■삼성重, 유상증자 배수진

3일 채권단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잠정 승인한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필요시 유상증자를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유상증자 규모나 추진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기보다는 자금 사정과 업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가능성을 열어 둔 수준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하더라도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긴 것은 아니다"라며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경우 유상증자도 고려할 수 있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당장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회사측은 개별 채권은행들과의 단기부채 만기연장 협상에 성공하면 내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수주한 해양플랜트의 인도 시점이 미뤄지거나 중도에 취소되면서 생각지 못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은 비핵심자산 매각과 인력감축, 유가증권 매각, 보유설비 축소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룹 차원 지원 나서나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열리면서 그룹 차원의 지원 기대감도 높아졌다. 앞서 진행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도 계열사들이 참석한 사례가 있다. 다만 그룹사나 이재용 부회장의 지원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12월 1조2652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기존 주주들에게 보유 비율만큼 주식을 배분한 뒤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주식은 일반 공모를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주주 배정 후 미청약 주식이 발생하면 사재를 출연해 공모에 참가하겠다며 보유하고 있던 삼성SDS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다. 계열사들도 기존 주식 보유 비율에 따라 삼성SDI가 1434억원을, 삼성물산이 855억원을 출자했다.

이번에도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진행된다면 삼성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지원해 줄 가능성이 높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17.62%의 지분을 보유한 삼성전자다.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9%), 삼성SDI, 제일기획, 삼성물산 등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만 24.09%다. 1조원가량의 유상증자에 나서면 2400억원 이상의 그룹 지원을 기대해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그룹도 "자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안다"면서 부인하지 않았다. 당초 "그룹 차원의 지원은 말도 안된다"며 반발한 것을 감안하면 한발 물러선 셈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주주들인 다른 계열사들의 출자를 위해서는 이사회 동의가 필요하다. 이사회 결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참여 근거가 없는 일방적 지원은 배임 문제로 이어져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에 대해선 삼성엔지니어링과 사안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삼성중공업에 대한 지분이 없고 실권주 인수 등의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다 하더라도 대규모 자금 확보가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삼성중공업 주가는 6.77%(630원) 급등한 9930원에 마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 등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가 삼성중공업의 회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sane@fnnews.com 박세인 안태호 전용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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