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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오락가락하는 자동차 정책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5 17:11

수정 2016.06.05 17:11

[차장칼럼] 오락가락하는 자동차 정책

국산 디젤 승용차 역사에 6월 4일은 기념비적인 날이다. 36년 전 새한자동차가 국내 최초의 경유 승용차 '로열 디젤'을 출고해 세단시장에 디젤 시대를 열었다.

L당 시내주행 14.5㎞, 고속도로 15.4㎞ 등 가솔린 대비 30~40% 높은 연비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소요되는 기름값이 4886원이었다. 당시 80㎏ 쌀 한가마니가 5만원 내외였으니 쌀 한말(8㎏) 가격이다. 1978년 2차 오일쇼크 여진으로 이 정도면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였다. 하지만 경유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 시꺼먼 매연 등으로 찾는 이가 줄면서 1989년까지 총 1만2000여대 판매를 끝으로 단종됐다.


공교롭게도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 일환으로 경유차를 옥죄는 규제방안을 내놨다. 사실상 혜택을 폐지하고 노후차량 수도권 진입을 막는 등 수요억제책이다. 대기오염과 자동차 배출가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애초에 경유차 전성시대를 이끈 건 정부였다.

존재감이 미약했던 경유차는 저탄소 녹색성장에 드라이브를 건 이명박정부가 2009년 유로5 이상 경유차를 클린디젤로 부각시켜 전기차, 하이브리드 등과 함께 '저공해 인증차'로 인정했다. 이때부터 디젤 신차를 사면 3종 저공해 인증서를 받았고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 혜택을 받았다.

경유 중.소형 승용차와 중.소형 화물차의 저공해 인증기준은 2009년 8월까지 대기환경보전법의 일반 기준보다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PM)를 강화한 기준을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2012년 6월까지 유로5대비 PM만 10%정도 저감된 기준이 잣대가 됐다. 이는 거의 모든 디젤 신차가 저공해차 인증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 한국제품안전학회에 따르면 2009~2012년 4년간 국내에서 저공해 인증차로 판매된 경유차(국산+수입)는 총 65만대를 넘는다. 저공해 인증차 제도가 도입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6만4955대가 팔린 것에 비하면 10배 이상의 기하급수적 성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후폭풍과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로 경유차 운명이 또 한번 전환점을 맞으면서 업계와 소비자 모두 혼란에 빠지고 있다. 경유차가 태생적 한계를 넘지 못한 게 주된 이유지만,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조변석개식 정부정책 또한 영향이 크다.

친환경차 시장 육성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 부재로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된 결과다. 중장기 대책과 목표가 미흡한 환경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중국발 대기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게 우선이다. 최근 며칠간 경유차 운행을 막지 않았는데도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낮아진 것만 봐도 그렇다.
미세먼지 대책은 중국과 환경협력 강화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경유차 수요 억제보다 먼저다.

winwin@fnnews.com 오승범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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