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상품 투자하려면 선박 운항 자료 봐라(?)"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08:02

수정 2016.06.06 08:02

헤지펀드 지고 퀀트펀드 뜬다
선박 운항 데이터를 기초로 상품 등에 투자하는 계량분석 헤지펀드(퀀트펀드)가 거물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인기가 시들한 가운데 컴퓨터 계량분석을 토대로 투자하는 퀀트펀드들이 상종가를 달리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자리 잡은 헤지펀드 '카고메트릭스'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지금까지 20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가장 최근 자금모집에 나섰던 2012년 9월 현재 추정된 회사 가치는 1억달러가 넘는다.

투자자, 자문위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구글 공동 창업자 에릭 슈미트를 비롯해 이스라엘 선박 부호 이단 오퍼, 로터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의 짐 만지, 텍사스 자동차 거부 빌리 조 '레드' 매콤스, 제너럴에너지 창업자 메메트 세필 등이 카고메트릭스에 투자하고 있다.

사모펀드 블랙스톤도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여기에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시티그룹 상품 리서치 책임자인 에드 모스, 투자은행 라자드의 제럴드 로젠펠드 부회장 등이 자문위원이다.

카고메트릭스의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전세계 상품 교역의 90%가 이뤄지는 해상운송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토대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상품 선물·옵션 뿐만 아니라 자동 알고리즘을 통해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외환·주식 투자에도 나선다.

카고메트릭스는 VHF 라디오 송수신을 통해 전세계 12만여 선박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선박들이 어디에 정박했는지를 추적해 화물 종류와 규모를 추산한다.

컴퓨터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다시 컴퓨터를 통해 투자한다.

시장 악화에도 불구하고 실적은 좋다.

이스라엘 선박왕 오퍼는 실적이 '적당 수준 이상'이라면서 "덕분에 이 기계가(카고메트릭스의 알고리즘이) 계속해서 학습하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며, 성공적인 퀀트펀드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통적인 헤지펀드에 비해 퀀트펀드 투자자들은 더 만족감을 갖는다.

지난 8개월 중 6개월간 자금이 빠져나갈 정도로 인기가 곤두박질치는 사람이 운용하는 전통적인 헤지펀드의 위기와 대조적이다.

한편 미 해안경비대 장교 출신인 스콧 보거슨 카고메트릭스 창업자는 인공위성을 통해 농작물 작황을 파악하는 등 상품 관련 데이터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거슨은 "조지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음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측정하고자 한다"면서 "이를 통해 세계 경제에 관한 실시간 지도를 만들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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