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게임의 법칙과 벤처투자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6:53

수정 2016.06.06 16:53

[기자수첩] 게임의 법칙과 벤처투자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은 주사위를 던져서 1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고 1이 나오지 않을 리스크는 6분의 5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확률에 따라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원리는 금융투자 시장에서도 통용된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확률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가 있다. 바로 벤처펀드다. 벤처펀드의 최근 3년간 평균수익률은 7~8%로 저금리 시대의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벤처는 투기 위험자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인식은 민간 자금이 벤처펀드로 유입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인 유한책임출자자(LP)는 정부자금인 모태펀드나 국민연금, 군인공제회, 우정사업본부 같은 주요 연기금이다. 국내에 조성된 대부분의 벤처펀드 LP가 사실상 정부의 통제를 받는 자금인 것이다. 실제 지난해 벤처펀드 출자자 중 민간자금은 전체의 14.2%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벤처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벤처캐피털(VC)이 출자금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투자자 유입이 필요한 대목이다. VC가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기업이 성장해서 성공적으로 회수되면 그 자금으로 새로운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국내 벤처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기본 원리다.

다행히 최근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의 벤처기업 출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확대해 민간자금 유입을 촉진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의 벤처기업에 투자한 금액에 대해 법인세를 공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것. 이 같은 인센티브 도입은 실제 민간자금 유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지난달 말 발표한 올해 1~4월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신규 투자금은 총 5648억원으로 전년 동기(6106억원) 대비 7.5%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 지표를 가지고 벤처투자가 위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지금의 수익률도 유지할 수 있다. 민간 주도의 벤처 출자가 늘어나면 이는 곧 벤처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 정부의 통제를 받는 자금보다 민간자금으로 출자가 되면 다양한 분야로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도입하면서까지 민간자금을 벤처투자로 이끄는 기회를 이용해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벤처기업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처럼 정부 주도로 투자가 이뤄지기보다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
게임의 법칙에 따라 수익률이 높은 벤처펀드에 출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true@fnnews.com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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