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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지금이 금리인하 적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6:56

수정 2016.06.06 16:56

美 금리인상 시기 늦어져.. 고용 안정 위해 역할해야
오는 9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선택이 주목된다. 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로 내린 뒤 11개월째 동결하고 있다.

시장에선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금리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내수.수출 동반침체로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는 데다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로 경기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연구소도 금리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4일 '최근 경제동향과 경기판단'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준(準)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며 "수요침체가 기업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지는 장기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추가경정 예산과 금리인하라는 경기조절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은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문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근거로 시장의 금리인하 요구에 맞서 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금리동결 후 "금리인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인하 카드를 아끼는 게 원칙이고, 정책여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은이 신중론을 펴는 사이 한국 경제에는 되레 악재만 늘고 있다. 올 1.4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5%로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수출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버티던 소비까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월간 기준 최장인 17개월째 감소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다행히 이달 금리인상이 유력시되던 미국에 변수가 생겼다. 지난달 미국 비농업부문의 신규 일자리 수가 전월 대비 3만8000개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다. 6년 만에 최저치다. 고용쇼크로 미국 경제 비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미뤄진다면 우리에게는 기준금리를 한 번 정도 더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가계부채도 정부의 잇단 대출규제로 증가 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통위 내에서도 금리인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록을 보면 "선제적 금리인하가 경기대응 측면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대외위험 요인에 대한 효율적 대비책이 될 것"이라는 발언도 있다.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한은이 너무 신중하다가 타이밍을 놓칠까 우려된다. 엊그제 7년 만에 한은을 방문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을 곱씹어보길 바란다.
"한은이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전통적 역할에 머물 것인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외국 중앙은행의 사례를 참고해 고용과 성장까지 챙길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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