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韓, 北 혈맹국 쿠바에 수교 의사 전달

김유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7:11

수정 2016.06.06 17:11

한-쿠바 첫 외교장관 회담.. 윤병세 "관계개선 공감대"
【 아바나(쿠바)·서울=공동취재단 김유진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5일(현지시간)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처음으로 공식 회담을 하고, 강력한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아바나 시내의 쿠바 정부 건물인 컨벤션궁에서 75분 동안 진행된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장관은 2013년 9월 뉴욕에서 개최된 한.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공동체(CELAC) 고위급 회담 때 면담한 적이 있을 뿐 공식 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외교부 공동취재단에게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가운데 회담했다"며 "양국이 가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제가 강조했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우리 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잠재력을 구체화할 시점'이라는 언급에서 우리 측이 쿠바 측에 수교 의사를 전달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윤 장관은 "(관계 개선을 위한) 이심전심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다.
다양한 후속 협의를 생각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비전과 방향성, 로드맵을 갖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 배석했던 한 외교 소식통도 "양자 문제, 글로벌 협력, 인사(교류)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면서 "우리 쪽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은 로드리게스 장관에게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했던 닐 암스트롱의 "개인에게는 (한 인간으로서) 하나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역사적 명언을 인용하고, 양국 관계에서 자신의 방문이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쿠바의 혁명가이며 독립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시 '관타나메라'를 언급, 아늑하고 포근한 쿠바의 정경이 인상깊었다는 소감도 전했다.

쿠바 측은 이에 상당히 호감을 표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계 정상화를 놓고 쿠바 측이 어떤 언급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바가 북한과는 혈맹으로 여겨지는 만큼 북한의 방해공작 가능성 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이번 회담 후 한인후손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국 쿠바 문화클럽'을 방문, 안토니오 김한 한인후손 회장에게 "후손 여러분이 문화교류 등을 통해 양국 국민 간 마음과 마음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쿠바는 1949년 대한민국을 승인했지만 1959년 쿠바의 사회주의 혁명 이후 양국 간 교류는 단절됐으며, 지금까지 우리의 미수교국이다.

july20@fnnews.com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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