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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재무학회(KAFA) 국제 콘퍼런스 전문가 주제 발표] "해외 의존도 높은 한국 기업들, 환 위험 관리 전혀 안되고 있다"

김가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7:26

수정 2016.06.06 22:06

기업배당과 노조의 상관관계, 해외 교차상장과 기업가치 등 국내외 이슈에 대해 토론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돈 챈스 루이지애나주립대 교수

한미재무학회가 창립 25주년을 맞아 지난 3일 서울 성균관로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국제 콘퍼런스에서는 주식가치, 기업지배구조, 자본시장에서의 투자자 행동, 기업정책 등 네 가지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한국 수출기업들이 환위험 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부터 노조가 기업의 배당성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 선진국 증시에 교차상장하는 것이 기업가치 증대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한국 수출기업들, 환위험 대비 절대 부족

루이지애나주립대 돈 챈스 석좌교수는 한국의 101개 비금융기업 및 수출기업의 환율 관리정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챈스 교수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환율 변동이 기업가치 변화를 초래하고, 환위험 관리에 대한 논의가 시급해졌다"면서 "그러나 전문인력 부족이나 환헤지 기법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아직 절반 가까운 기업이 환위험 관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챈스 교수에 따르면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내.외부 환율관리정책을 사용하며, 내부정책은 환위험 노출에 대비해 원화가 아닌 외화자산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출기업들은 수출 시 달러를 계약통화로 하고, 수입 시에도 가능한 한 달러로 계약할 뿐만 아니라 수입 결제대금을 수출대금과 가능한 한 매칭시켜 환리스크를 최소화한다.
또 일부는 수입과 수출의 차액만 결제함으로써 환 노출금액을 줄이기도 한다.

외부정책은 자연적 헤지를 통해 환위험을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이후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적극 외환을 관리하는 것이다. 환 위험 제거효과는 크지만 별도의 외부거래로 인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챈스 교수는 "수출기업들의 대금 결제는 대부분(88%) 달러로 이뤄진다"면서 "수출기업 및 비금융기업들의 75%가 환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하나 실제로는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배당금 지급성향에 부정적 영향

인디애나대 쉬엔 티엔 교수는 노동조합과 기업의 배당금 지급성향 정책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의 배당금 지급에 기업 근로자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그의 첫 번째 가설은 노조가 기업의 배당성향 비율을 낮춘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조는 높은 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의 경직성을 높이거나 해고를 어렵게 만든다. 또 기업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두 번째 가설은 노조의 힘이 증가하면 기업들은 배당성향을 높인다는 것이다. 경영진은 "기업 경쟁력이 현 경제적 조건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놓는 데 주력한다. 그리고 노조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현금을 적게 보유하는 전략을 취한다.

배당금 지급은 기업이 노조의 요구로부터 현금유동성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에 높은 배당성향을 갖게 된다.

쉬엔 티엔 교수는 "연구 결과 노조가 배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노조 결성으로 배당금 지급성향이 8.7%포인트,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전체 배당금 지급성향은 17.9%포인트 각각 하락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설립된 이후에 예상되는 이벤트와 그에 따른 운영상의 비유연성에 대비하기 위해 기업은 배당금 지급을 축소하고, 내부적으로 수익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노조의 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배당금 지급비율을 낮춘다는 가설과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해외 교차상장이 기업가치 증대에 기여

요크대 배기흥 교수는 '교차상장의 상대적 산업 밸류에이션 및 프리미엄 비교'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연구는 △국내 증시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인식과 함께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때 기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항목은 '산업 밸류에이션'이며, 해외 교차상장으로 국내 상장에 비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배 교수는 기업의 자산가치에 대한 주식시장의 평가를 알아보는 지표인 '토빈의 Q'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실제로 교차상장 이전보다 이후에 토빈의 Q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 증시에 해외 교차상장을 하는 경우 이들 국가의 엄격한 회계기준과 지배구조, 공시제도 등으로 인해 기업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자본조달 비용이 적어 기업가치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브루클린대 박현아 교수는 '무형자산과 장부가격'이라는 주제발표에서 "기업의 브랜드나 기술 등 무형자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평가기법이 존재하지 않아 회계사들이 이를 장부에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회계장부에서 무형자산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무형자산의 가치평가에 대한 새로운 회계방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평소에는 장부에 무형자산 가치를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장부가치와 시장가치 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며 "무형자산 증가로 장부가치 대 시장가치 비율이 확대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특별취재팀 윤경현 차장 박지애 김가희 기자 최승도 김명기 김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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