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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리더를 만나다] 조은경 여성발명협회 회장 "여성기업은 리스크 크다? 한경희·에어비타·루펜리를 보세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17:51

수정 2016.06.06 22:12

여성 발명 가로막는 '편견' 투자 유치·판로 개척, 유통채널까지 어렵게 해.. 다양한 발명품 만나게
상시 전시관 여는게 목표
조은경 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여성발명인들의 출원률은 16∼17%로 최근 4∼5년만에 네 배 늘었다"며 여성 발명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와함께 발명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편견이 사라지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서동일 기자
조은경 여성발명협회 회장은 "여성발명인들의 출원률은 16∼17%로 최근 4∼5년만에 네 배 늘었다"며 여성 발명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와함께 발명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편견이 사라지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서동일 기자

스팀청소기로 유명한 한경희생활과학, 공기정화기로 잘 알려진 에어비타, 음식물쓰레기 건조기업체 루펜리 등 내로라하는 중견기업들이 여성발명협회를 거쳐갔다. 이곳에서 고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상품화시킬 전략을 세워 시장으로 나간 것이다. 여성발명협회가 여성기업인들의 '산실'이 된 셈이다.

이같은 공을 인정받아 여성발명협회 조은경 회장(62)은 지난달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조 회장은 "여성 발명가가 경제력을 갖춰나가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 사장됐던 여성들이 제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 역시 1997년 창업해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기업체 대표다.

조 회장은 발명이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다수가 천재들만 발명을 할 수 있고,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다가 불편한 점을 발견하거나, 어떤 것이 없어서 있으면 좋겠다고 불쑥불쑥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다수는 그런 것을 생각만 하다가 스쳐지나가는데, 직접 뛰어들어서 노력하고, 해결해내는 사람이 바로 발명가입니다."

특히 여성들이 직접 개발한 생활 발명품은 효용가치가 높고 시장성도 크다는 것이 조 회장의 설명이다. "아기엄마가 아이를 키우다 발명하는 '고리달린 아기띠(포대기)나, 노인을 모시다가 만든 발명품 등은 그 안에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있습니다. 사랑이 담겨 있는 제품은 일반 제품과 다릅니다."

여성발명협회는 다른 전문가 협회와 또다른 차이점이 있다. 연령대가 다양하고, 학력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협회 회원이 어린이 창의 교실에 참여하는 취학 전 아동부터 80세 이상까지 다양합니다. 설거지할 때 유용한 '페달식 절수기'는 80대 회원이 개발했습니다. 초대회장도 91세인데 지금도 발명하고 있습니다. 순간의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도 학력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여성발명가 키워내는 '인큐베이터'

여성발명협회에는 현재 4000~5000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발명기업가는 700여명에 달한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의 여성발명인들의 출원율이 지난 2012년 이후 네배 늘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특허 상위국입니다. 지식재산 출원이나 진출은 세계 4위로 활발한 편입니다. 이 중 여성발명인들의 출원율이 16~17%로 최근 4~5년만에 네 배 늘었습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적지만 성장속도가 빠릅니다. 발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아서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최근 3~4년 전부터 여성기업인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별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투자펀드 등 정부의 지원사업을 통해 여성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심사관들이 늘어나 여성발명가들의 특허심사를 많이 맡게 된 것도 주효했다. "특허청 특허심사관들이 기술성, 혁신성, 차별성, 시장성 등을 심사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심사관들의 시각에 따라 판단의 차이가 큽니다. 여성발명은 새로운 시각에서 봐야 합니다."

발명협회 회원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점은 자금난과 판로를 만들어 유통하는 것. 이에 따라 협회는 한국MD협회와 손을 잡고 수시로 협회 회원들이 만든 시제품을 보여주고 있다. 자금난을 겪는 경우에는 특허 기술거래를 통해 사업을 하기 전 제품을 원하는 기업을 찾아 로열티를 받게 해주고 있다.

■"여성 발명…편견 버려야"

조 회장은 여성 발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우선 편견이 사라져야 하고, 여성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이끄는 기업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투자를 잘 하지 않습니다. 편견을 버리고 봐주길 바랍니다. 또 일과 가정의 양립 등 바뀌어야 할 점이 적지 않습니다."

조 회장의 목표는 발명품 상시전시관을 여는 것. 직접 발명한 회원 못지 않게 발명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협회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여성발명경진대회가 오는 16일부터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데 회원들이 오랜시간 노력해 만든 것이 단 4일밖에 선보이지 못한다는 게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 행사는 작은 발명 아이디어부터 시작한다. 애초 1700~1800개의 간략한 아이디어를 접수해, 관련 발명이 있는지 등의 선행연구를 하고 중복유사한 것을 제외해 40여개로 추려낸다. 그 다음에는 기술자와 변리사, 디자이너 등과 함께 멘토그룹을 꾸려 6개월 이상 해당 아이디어를 개발하도록 도와주고, 또 특허출원을 한다. 이어 시제품을 만들고, 6개월 뒤에 심사를 해 좋은 발명품을 선정하고 시상한다. 종잣돈(시드머니)으로 1000만원도 제공된다. 이렇게 상을 받은 그 다음해 박람회에 출품을 하게 되는 것이다.


"1년에 한번 박람회를 하는데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날이 단 4일밖에 없습니다. 1년에 한번 홍보하는 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유통 판매처를 개척하려면 이런 발명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상시 전시관이 필요합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조은경 회장은.. △연세대 식품공학과 졸업 △연세대 대학원 식품공학 석.박사 △(주)다손 대표 △연세대 생명공학과 겸임교수 △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이사, 부회장 △서울시 지식재산위원회 위원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신지식재산 전문위원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위원 △특허청 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