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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충당금 100% 쌓겠다" 자금 1조5천억∼8조원 필요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6 22:03

수정 2016.06.06 22:03

구조조정 '실탄' 마련.. 연말까지 100%이상 목표
자본확충 방식에 주목
산은 "충당금 100% 쌓겠다" 자금 1조5천억∼8조원 필요

산업은행이 올 연말까지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최소 100%로 맞추기로 했다.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수조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산업은행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대손충당금 적립률 100%는 산은의 자본 확충 규모에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이 대손충당급 적립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당이나 코코본드(조건부자본증권) 등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만큼 그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우선 산은은 조선·해운 분야의 대규모 부실로 올해 당기순이익을 크게 낼 수 없는 형편으로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결국 정부의 자본확충펀드 출자나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 규모가 최소 1조5000억원에서 최대 8조원 규모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산은 "연말까지 충당금 적립률 100% 이상"

6일 당국과 산은 등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이사회를 개최하고 올해 말까지 대손충당금 적립률 목표를 100% 이상으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은 지난해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 목표치를 전년(2014년) 수준으로 정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산은의 총 여신은 128조원이며, 고정이하 여신은 7조3269억원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은 5조7625억원으로 고정이하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78.65%다. 수출입은행이 79.9%이며, 전체 은행(평균 112%)과 비교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적립률이 10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은행이 보유한 부실기업의 여신이 모두 부도날 경우 은행들이 현재까지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산은이 최근 적립률 목표를 전년과 달리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시화되면서 자본건전성 확보와 금융당국이 국책은행들의 충당금 적립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의 경우 대출액의 20%, '회수 의문'은 50%, '추정손실'은 100% 규모로 충당금을 쌓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 더 쌓아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은행의 자본건전성은 경제.금융 시스템의 리스크를 제어할 수 있는 핵심적인 복원력이기 때문에 산은이 앞으로 크게 증가할 구조조정 수요와 자본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해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100% 이상 쌓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1조5000억~8조원 필요

산은이 적립률을 100%로 끌어올리려면 단순계산으로 1조50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산은이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업의 여신 규모가 큰 반면 충당금은 거의 쌓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충당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우선 대우조선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 가운데 충당금을 불과 0.63%만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6조4853억원이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충당금 적립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09억원에 불과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에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지만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최근 정상에서 요주의로 강등시켰다. 그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익스포저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여신의 건전성에 따라 비율이 달라진다.

여신은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뉘고 적립 비율도 각각 0.85%, 7%, 20%, 50%, 100%로 다르다. 대우조선 등 주요 조선사의 대출 채권을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해 놓지 않아 추가로 들어갈 돈은 수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여신이 고정이하 밑으로 떨어지면 충당금 적립은 대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은의 대우조선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6조3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과 관련, 산은이 최소 1조2000억원에서 최대 6조원가량의 충당금을 쌓아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조2000억원은 대우조선과 관련한 산은의 최소 충당금 규모로 추정된다"면서 "시중 은행들은 고정여신이라도 더 높은 적립률을 적용해 충당금을 쌓는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대우조선 외에도 최근 구조조정 회사들의 부실이 생기면 충당금 적립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당국은 해운·철강·건설 등 업종의 구조조정도 가시화한다는 분위기여서 이들 기업도 산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yoon@fnnews.com 윤정남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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