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역할론 논란' 비례대표의원, 20대 국회는 다르다?

김호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7 16:15

수정 2016.06.07 16:15

20대 국회가 원(院) 구성 협상을 놓고 진통을 겪는 가운데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의욕적인 의정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당파나 정무적 판단 등에 좌우되기 보다는 '전문성 강화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적극 살리면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4·13총선 선거구획정 과정 등에서 한때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비판 여론의 변화는 물론, 국회내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 새롭게 입성한 여야 비례대표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드라이브를 걸며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대 국회가 원구성을 놓고 '올스톱'되면서 벌써부터 '유령 국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비례대표 의원들은 경제와 과학, 스포츠 등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는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전문성 높은 의정 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고 있다.


'경제통'으로 평가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가계부채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당 차원에서 발의하기로 한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제 의원은 "금융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서민들을 다시 사회의 품으로 돌려놓는 게 국회의원으로서 가장 큰 목표다.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은 그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한 '바둑의 전설' 조훈현 9단은 '1호 법안'으로 바둑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한다. 한국이 '바둑 강국'을 자임하고 있지만 바둑 인구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등 저변이 점점 축소되는 가운데 '한국 바둑의 재도약과 진흥'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위해서다. 조 의원은 은퇴 후 어려움을 겪는 체육인들의 재교육 등을 돕는 '체육복지법' 제정안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치(協治)의 아이콘'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여야의 이공계 출신 비례대표 1번 의원들인 새누리당 송희경, 더민주 박경미,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국회 연구단체를 결성해 이달말 첫 총회를 열기로 했다.
이 단체에는 현재 3개 정당의 의원 30여 명이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국회를 앞두고 여야가 한목소리로 협치를 외쳤지만, 각종 정쟁에 휘말리며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비례대표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에 더해 도전적인 실험에 나서며 정치 문화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낸 전직 의원은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은 아무래도 생환율이 (지역구 의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다보니 정치적 비중에서도 한계를 느끼는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라며 "이런 부분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전문성 등을 통해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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