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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파나마 운하

이정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7 16:59

수정 2016.06.07 16:59

운하는 바다의 지름길이다. 국제 해운무역의 중요한 통로이자 군사적 전략지이다. 운하는 도시의 명운을 바꾸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에즈운하는 1869년 프랑스가 개통했다. 이에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이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여년간 유럽에서 인도와 아시아로 가는 유일한 항로의 거점이었던 곳이다.
수에즈운하는 프랑스·영국·이집트의 공동 소유였다. 그런데 1956년 이집트가 국영화하면서 2차 중동전쟁이 일어났다.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은 이집트를 공격해 수에즈운하를 점령하고 시나이반도에 군대를 주둔시켰지만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의 압력으로 이들 지역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파나마운하는 1914년 미국에 의해 완성됐다. 파나마 지협을 가로질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길이 82㎞의 운하다. 이 운하가 만들어지기까지 미국과 콜롬비아의 전쟁, 파나마의 독립과 쿠데타 등 수난의 역사를 겪었다. 또한 질병과 사고로 노동자 2만7500명이 사망할 정도로 세계적인 난공사였다. 파나마운하가 뚫리자 해운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운하를 통해 항해하는 배는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전 항로보다 거리를 반 이상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운하는 보유국에 많은 수익을 안겨준다. 파나마운하는 1999년 12월 31일 미국으로부터 파나마 정부가 운영권을 넘겨받은 후부터 파나마 경제에 절대적인 존재였다. 파나마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7억달러에 불과했지만 파나마운하의 통행료로 거둬들인 수입은 20억달러에 육박했다.

파나마운하의 통행료는 선박 종류, 크기, 선적물의 종류에 따라 결정된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요금은 척당 6m(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으로 정한다. 3만t 이상의 크루즈선은 침대 개수를 기준으로 요금을 정한다. 사람이 없는 침대에는 80달러, 사람이 쓰는 침대에는 100달러씩 받는다. 지금까지 파나마운하를 지나가며 가장 비싼 통행료를 낸 선박은 259m 길이의 디즈니 매직 크루즈 라이너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이 배는 33만1200달러를 지불했다.

오는 26일 파나마 신운하가 개통된다. 기존에 지나갈 수 없던 대형선박들을 위해 새로 만든 것이다.
신운하는 기존 운하를 넓히지 않고 그 옆에 새로 건설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달 말이면 유조선과 액화가스운반선, 대형 벌크선 등 대형선박들도 미주 동부지역과 아시아를 단거리로 왕래할 수 있다.
새 운하를 이용하는 선박이 크게 늘면 부산항에도 지금보다 더 많은 배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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