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석유화학기업, M&A 통해 사업 스펙트럼 넓힌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7 18:23

수정 2016.06.07 18:23

'脫석유화학' 가속
LG화학·코오롱글로텍 이어 한화케미칼도 M&A 나서
美 차부품사 인수전 참여.. 실적개선으로 실탄 충분
최고경영진들도 의지 강해.. 당분간 추가 인수 이어질 듯
석유화학기업, M&A 통해 사업 스펙트럼 넓힌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들이 '탈(脫) 석유화학'을 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사업구조로는 미래에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 국내외의 과감한 인수합병(M&A)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사업 스펙트럼 다각화에 적극 나선 것이다. 최근 실적 호전 덕분에 '실탄'을 충분히 확보한 데다 그룹 최고경영진도 적극적인 M&A를 주문하고 있어 당분간 석유화학기업들의 M&A 행보는 지속될 전망이다.

■석유화학업사 공격적 M&A로 '후끈'

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국내외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인수할 것은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성사됐거나 추진중인 굵직굵직한 M&A건은 10여건에 달한다. LG화학의 경우 2014년 미국 수처리업체인 NanoH20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동부팜한농(현 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했다. 한화케미칼은 미 자동차 첨단 소재 업체인 콘티넨탈 스트럭처럴 플라스틱스(CSP)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고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모두 삼성그룹으로부터 알짜배기 석유화학사를 인수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적으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같은 석유화학업계의 M&A 행보는 국내 기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M&A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미국계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은 지난 연말 듀폰과의 합병을 공식 선언했고 중국 최대 국영 화학회사인 중국화공그룹은 최근 독일 화학공정설비 제조사 크라우스마파이그룹 인수를 마무리짓기도 했다. 또 중국 국영 화학업체인 중국국제화학은 싱가포르 천연고무 생산업체인 할시온 애그리 인수에 나섰고 바스프는 세계 최대 종자기업 몬산토 인수전에 뛰어든 상황이다.

■주력.신사업 경쟁력 동시 강화

최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M&A 특징은 정통석유분야는 물론 신사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화학산업 저성장 국면 진입, 셰일가스 등 불확실성 증대, 중동과 중국 등 후발국 맹추격 등 악재가 잇따르자 선제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G화학의 팜한농 인수와 코오롱글로텍의 데크컴퍼지트 지분 인수. LG화학의 경우 정통석유화학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업체와 겨룰만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농화학사업 진출을 통해 선진형 종합화학회사를 이루기 위해 팜한농 인수에 나선 것이다. 코오롱은 기존 카시트 등 자동차 내장재에서 탄소복합소재까지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데크컴퍼지트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한화케미칼의 CSP 인수전 참여도 같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화첨단소재를 통해 자동차 소재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확고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CSP 인수에 나선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석유화학업체들의 M&A는 차별화가 가능한 미래형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저수익사업을 매각하고 미래형 신소재 사업을 인수하거나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특히 전자.자동차용 소재 및 태양광, 수처리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의지.실탄 충분…M&A 행보 지속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실탄은 든든한 상태다.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지면서 쓸 수 있는 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한 것이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LG화학이 2조23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고 롯데케미칼도 2조15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한화케미칼은 8400억원대, SK케미칼은 4500억원 수준의 가용 현금을 들고 있다.


여기다 그룹 최고경영진도 추가 성장을 위한 M&A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추가 M&A 성사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석유화학소재 사업을 그룹내 유통사업부문만큼 확대할 것을 주문했고 NanoH20와 팜한농 등의 인수를 결정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화학 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화학 업체들이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래형 신소재 사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국내 화학업계의 사업구조 조정도 세계 시장 흐름이 비하면 다소 뒤쳐진 것이며, 앞으로도 이번 시장의 변화는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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