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석유화학기업, M&A 통해 사업 스펙트럼 넓힌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07 22:03

수정 2016.06.07 22:03

'脫석유화학' 가속
롯데케미칼 "기존사업 강화".. 한화는 '신사업 확대' 목적
美업체 인수 뛰어들어
실적개선으로 실탄 충분.. 최고경영진도 의지 강해 당분간 추가 인수 이어질 듯
석유화학기업, M&A 통해 사업 스펙트럼 넓힌다

국내 대표 석유화학기업들이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 손'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매물로 나온 알짜 기업 인수 경쟁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석유화학업계 M&A 특징은 기존 사업뿐 아니라 새로운 분야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는 점.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사업 스펙트럼 다각화에 나섰다. 실적 개선으로 든든한 '실탄'을 확보한데다 그룹 최고경영진도 적극적인 M&A 행보를 주문하고 있어 글로벌 M&A 시장 행보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는 M&A 경쟁중

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최근 국내외 M&A 시장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장기적인 성장과 생존을 위해 과감하게 버릴 것은 버리고 인수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이후 국내 석유화학업계에서 성사됐거나 추진중인 굵직굵직한 M&A건은 10여건에 달한다. LG화학의 경우 2014년 미국 수처리업체인 NanoH20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동부팜한농(현 팜한농) 인수를 마무리했다. 한화케미칼은 미 자동차 첨단 소재 업체인 콘티넨탈 스트럭처럴 플라스틱스(CSP)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고 롯데케미칼은 미국 액시올사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한화케미칼과 롯데케미칼 모두 삼성그룹으로부터 알짜배기 석유화학사를 인수했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추가적으로 '미래'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너지.신사업 경쟁력 강화

최근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M&A는 정통 석유화학분야는 물론 신사업에서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석유화학산업 저성장 국면 진입, 셰일가스 등 불확실성 증대, 중동과 중국 등 후발국 맹추격 등 악재가 잇따르자 선제적으로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 것.

특히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이 그룹 최고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M&A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양사의 목표에는 차이점이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 한화케미칼은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케미칼이 액시올 인수에 성공할 경우 보다 다변화된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액시올 인수시 올레핀 및 아로마틱 사업영역을 갖고 있는 롯데케미칼이 아직 보유하고 있지 않는 클로르 알카리(소금을 전기분해해 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 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 석유화학 제품군을 완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에탄크래커 조인트벤처(JV)의 안정적인 수요처도 확보할 수 있어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확대도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의 CSP 인수전 참여는 신사업 강화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룹차원에서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차관련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인수에 나선 것이다. 한화첨단소재를 통해 자동차 소재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화그룹이 CSP 인수에 성공할 경우에는 북미 첨단복합소재와 탄소섬유 등 자동차 경량화 사업부문에서 확실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김평중 연구조사본부장은 "석유화학업체들의 M&A는 차별화가 가능한 미래형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저수익사업을 매각하고 미래형 신소재 사업을 인수하거나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특히 전자.자동차용 소재 및 태양광, 수처리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너 의지.실탄 충분…M&A는 진행형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M&A 행보는 앞으로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지면서 쓸 수 있는 자금을 충분하게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으로 LG화학이 2조2300억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있고 롯데케미칼도 2조15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 한화케미칼은 8400억원대, SK케미칼은 4500억원 수준의 가용 현금을 들고 있다.
여기다 그룹 최고경영진도 추가 성장을 위한 M&A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어 든든한 지원도 기대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석유화학소재 사업을 그룹내 유통사업부문만큼 확대할 것을 주문했고 NanoH20와 팜한농 등의 인수를 결정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M&A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화학 업체들이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미래형 신소재 사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며 "국내 화학업계의 사업구조 조정도 세계 시장 흐름이 비하면 다소 뒤쳐진 것이며, 앞으로도 이번 시장의 변화는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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