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제멋대로식 업체의 '배짱영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가전제품 전문 판매점에서 에어컨을 구매해도 설치비용이 따로 청구되기 때문에 저렴하게 설치하기 위해 업체를 별도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에어컨 설치 업체는 에어컨에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 소비자만 애 태우기 일쑤다.
■'에어컨 설치' 관련 소비자 상담 전체 4분의 1
1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가운데 에어컨 관련이 같은해 5월 232건 대비 1044건으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에어컨' 등 여름철 가전제품 관련은 주로 '품질 및 AS불만족'이 주를 이뤘다. 에어컨 관련 소비자 상담은 △냉방불량·가스누출·소음 △설치비 과다청구·설치 미흡 △수리용 부품 미보유 등이었다.
주부 이모씨(56)는 "예전에 이사할 때 사설업체가 저렴하다는 말에 이곳 저곳 알아봤는데 가게마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소셜커머스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에어컨 구매가 늘면서 '에어컨 설치' 피해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에서 에어컨을 구매했으나 제품 설치 시 추가 설치비를 요구하거나 과도한 설치비 요구에 반품하려 해도 반품비를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컨 설치' 관련 소비자 불만은 1000건으로, 에어컨 관련 전체 상담의 25.6%를 차지했다. '에어컨 설치' 관련 불만 가운데 '설치불량'은 전체의 58.2%로, 가장 많았고 설치비용에 대한 불만(15.5%), 설치지연 등 계약 관련(8.3%)이 뒤를 이었다.
■명확한 기준 제시 '제도적 장치' 시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가전제품설치업 가운데 '설치 하자로 인해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설치비 환급 및 하자 발생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마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
국내 주요 에어컨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에어컨 재설치 비용 기준표를 제시하고 있으나 관련 부품의 가격 등 비용을 제외한 설치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설치업체별로 달라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양사 모두 에어컨 설치관련 업무는 직접 하지 않고 협력사 등이 맡아 제조사 측에서도 이들을 제재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더구나 에어컨설치 업체는 별도 기준 없이 '주먹구구' 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 소비자가 추가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어컨 설치와 관련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가전제품설치업에 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피해유형별로 보완하고 손해배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와 표준화된 설치비용을 제시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