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한국방위산업 새판 짜라(3)] 한화그룹, 방산업체 인수합병 나서 매출규모 4兆 '종합방산기업' 우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2 17:45

수정 2016.06.12 22:31

'방산 공룡기업' 부상
작년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 이어 최근 두산DST 인수
탄약 등 재래식 무기서 종합 무기체계 생산 역량 강화
독점 피해 최소화 위해 중소기업과 상생 경영 필요
[한국방위산업 새판 짜라(3)] 한화그룹, 방산업체 인수합병 나서 매출규모 4兆 '종합방산기업' 우뚝

한화그룹이 글로벌 방산경쟁력 20위권에 진입하는 등 방산 공룡기업으로 부상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대형 방산기업이 등장하면서 그간 방산 계열화 폐지로 부침을 겪었던 국내 방산시장도 대형화, 집중화 쪽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화는 두산DST를 인수해 매출규모만 4조원에 달하는 거대 방산그룹을 일궜으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전문 계열화 폐지 이후 지리멸렬했던 방산시장에서 한화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방산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대형화 중심 구조로 재편될 경우 중소기업과 상생 가능한 방산 생태계 구축도 동시에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잇따른 방산기업 인수…글로벌 방산기업 탄생하나

한화는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한화테크윈과 한화탈레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방산기업 탄생의 신호탄을 쐈다. 또한 최근 두산DST를 인수, 사명을 한화디펜스로 바꾸며 몸집을 더욱 늘렸다.

㈜한화의 방산부문, 한화테크윈, 한화탈레스 등 3사의 방산부문 총 매출액만 3조원이다. 지난해 69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린 한화디펜스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기준 한화 방산 4개사 매출액은 3조6900억원으로 글로벌 방산업계 20위권 수준으로 상승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미쓰비시에 이어 2위권에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한화가 KAI마저 인수한다면 지상.항공 방산을 모두 거느린 거대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한화가 KAI 지분을 매각하면서 인수에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한화의 인수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치고 있다. 한화그룹이 글로벌 10위권 방산업체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KAI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KAI 인수와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간과 조건이 되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자금이 문제다. 그간 다수 인수합병(M&A)으로 자금이 많이 투입됐다. 특히 한화디펜스 인수를 위해 KAI 지분을 판 것도 그만큼 자금여력이 안 된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KAI를 인수하려면 1차적으로 자금여력이 돼야 한다"며 "KAI는 매출이 많지 않지만 자산 규모는 상당해 섣불리 인수하려다는 한화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종합방산기업으로 진화

한화는 잇따른 방산기업 인수로 단순화약 무기 생산에서 무기체계 생산으로 영역을 넓혀 방산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6월 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 인수를 통해 기존 탄약.정밀유도무기 중심에서 자주포 및 항공기.함정용 엔진과 레이더 등의 방산전자사업으로 방산영역을 확대했다.

또한 이번 한화디펜스 인수를 계기로 기동.대공무기체계, 발사대 체계 및 항법장치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한화는 글로벌 종합방산회사로 도약할 수 있는 성장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화그룹은 수출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계열사인 한화무역에서 시너지가 날 전망이다.

한화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면서 탄약 및 재래 탄약 부문에서는 이미 전문화·특성화가 더욱 가시적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양대 탄약 제조사인 한화가 글로벌 체계 종합 방산업체로 나아가면서 종래에 재래식 탄약 수출시장을 주도하던 풍산의 탄약부문 전문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풍산은 소구경 탄약부터 대구경 탄약까지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탄약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수출로 매출의 약 33%를 올리는 세계적인 종합 탄약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거대해진 한화, 방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거대 방산기업 출현에 대한 긍정론과 부정론도 교차하고 있다. 우선 기업의 몸집이 커질수록 신산업 신규투자를 위한 자원 확보가 용이하다. 규모가 작은 기업은 자금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과감한 사업확장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브랜드 가치가 높아져 해외시장 경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측면이 크다. 반면 한화의 방산부문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방산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 프로젝트 쏠림 현상을 비롯해 기술 독점에 따른 혁신 부재도 따져볼 대목이다. 이에 대기업은 무기체계 통합 위주의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고, 중소기업이 핵심 부품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기업별 전문화를 살리면서 방산업계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상생 중심의 플랫폼경영이 요구된다.


한 방산업계 전문가는 "모든 부분에는 명과 암이 있다"면서 "너무 비대해져서 독점 피해가 생길 수 있지만 독점으로 인한 득과 실을 잘 따져 산업이 효율적인 구조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조창원 팀장 문형철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