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은행원 그랜드슬램 달성하고 싶어요"
정구 첫 그랜드슬램 달성.. 9년간 선수 생활 마치고 농협은행 직원 '제2의 삶'
정구 첫 그랜드슬램 달성.. 9년간 선수 생활 마치고 농협은행 직원 '제2의 삶'
"NH농협은행을 통해 정구 종목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것처럼 이제는 농협은행 직원으로서 '그랜드슬램'을 향해 나아가야죠."
피겨스케이팅에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가 있다면 정구 종목에는 '정구 여왕' 김애경 계장(사진)이 있다. 최근 김 계장은 지난 9년간 정구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난 3월 농협은행 마산해안로지점에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정구팀 선수들을 은행 소속으로 전환, 현재까지 김 계장을 비롯한 2명의 선수가 은행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 계장은 "아직 '김애경 계장'이라는 직함이 낯설게 느껴질 때이기도 하지만 저보다 앞서 선수 생활을 하다 농협은행 직원으로 전환돼 일하고 있는 선배를 보면서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밝은 표정만큼이나 쾌활한 목소리로 이같이 각오를 밝혔다. 그는 "운동을 하던 때와 정반대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기른 끈기와 도전정신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시너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계장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정구의 매력에 빠져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정구에 바쳤다. 정구는 중앙에 네트를 두고 라켓으로 연식 공을 양쪽으로 치고 받는 운동경기로, 테니스에서 파생됐다. 테니스가 경식 공을 사용하는 데 빗대어 정구를 연식정구라고도 부른다. 그는 "정구는 테니스와 달리 에너지와 흥이 많은 스포츠"라고 소개했다. 경기 중 선수를 제외한 관람객들이 정숙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테니스와 달리 정구는 항상 경기 때마다 시끌벅적한 응원과 함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구가 테니스와 달리 다소 인지도가 떨어져 과거에는 정구선수라고 소개하면 정구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 계장은 "어렸을 적 운동복을 입고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무슨 종목 선수냐'고 물을 때마다 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속이 탔다"며 "지금은 정구를 아는 사람이 많아 보람을 느끼며 선수 생활을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계장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부터 NH농협은행 실업팀에 소속돼 약 9년이란 시간 동안 세계 정구역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전 종목(단식.복식.혼합복식.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한국은 물론 세계 정구 사상 최초다. 김 계장은 지난 2007년 농협은행에 입단한 이후 2012년 아시아선수권대회와 2013년 동아시아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복식, 여자 단체전, 혼합 복식에서 3관왕을 차지해 정구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같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팀워크와 농협은행의 은행 직원 전환시스템을 꼽았다.
김 계장은 "다른 실업팀에 비해 NH농협은행 소속 정구팀은 선수 생활을 마치면 6주간 지점에 파견되기 전 일정 직원교육을 수료한 이후 지점에 파견돼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은퇴 후 진로 걱정이나 어려움을 타 선수들에 비해 덜 수 있어 오롯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은 환경 때문에 농협은행 소속 정구팀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 소속 정구팀은 은퇴 후 은행 직원으로 근무할 수 있어 차후 진로가 보장된 만큼 선수들의 팀에 대한 소속감도 높을 뿐만 아니라 경기 집중도가 뛰어나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그는 평가했다.
김 계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는데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켜주신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며 "또 지난 선수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이끌어준 '팀의 대부' 장한섭 감독과 유영동 코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 아래서 배운 경험들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내는 김애경으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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