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재무학회 주요 강연자 인터뷰(4.끝)] "기업구조개혁, 정부 개입보다 연기금 활용하는게 좋아"
웃팔 바타차리아 美 인디애나대 교수
한국의 재벌형 기업 개혁.. 외부로부터 변화 이끌어야
거래소 '내부거래' 방지도.. 정부 아닌 시장에 맡겨야
"재벌과 같은 기업구조를 버리지 못하면 향후 중남미의 '잃어버린 100년'처럼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인디애나대 웃팔 바타차리아 교수는 지난 3일 한미재무학회(KAFA) 주최 국제콘퍼런스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재벌형 기업은 스스로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지난 1999년 KAIST 강의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때 가장 눈여겨본 것 가운데 하나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였다.
그는 "기업지배구조 문제에 있어서도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며 외부자를 활용하는 지배구조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많은 기업의 주식은 순환출자 형태로 대기업 오너가에 의해 실질적으로 소유된다"면서 "주주들이 더 용이하게 기업을 지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나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연기금 등이 대기업 지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그렇게 되면 자산운용사 등은 자기 이익에 따라 기업의 경영실태를 파악하고,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기업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변화는 외부로부터 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적지만 매우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를 강력하게 시행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고 강조했다. "시장에 규칙이 너무 많으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사실 대부분의 규제는 불필요한 것들이고, 강제할 수 있는 훌륭한 규제만이 조금 필요할 뿐"이라며 "일례로 미식축구의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규칙이 늘어나면 기존 방식의 미식축구 플레이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규칙 중심 규제(방식이나 금지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나 원칙 중심 규제(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자율성 부여)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금융개혁법인 도드-프랭크법을 규칙 중심 규제의 예로 들었다. 그리고 "규칙들이 명확하게 설명돼 있기는 하나 조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원칙 중심으로 문제에 접근하면 많은 조항이 필요없다"면서 "그러나 정직하고 현명한 정부만이 원칙에 입각해 재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정직한 정부는 원칙을 남용하기 때문에 안 된다"면서 "자기 사람이나 특정 기업 등에 편파적 대우를 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미식축구 경기에서 명시적 규칙 없이 심판의 재량에 모든 걸 맡길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도 "경기의 모든 부분이 규칙에 지배될 경우 심판이 필요치 않게 되니 이 역시 말이 안 된다"고 부연했다.
바타차리아 교수가 쓴 글 가운데 'When No Law is Better than a Good Law?'가 눈길을 끌었다. '강제하지 않을 법을 두는 것보다 차라리 관련 법이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총기는 위험하다. 총기 소지를 금하는 법이 있고, 이를 처벌한다면 아무도 총을 갖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총기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면 카우보이들이 설쳐대는 서부시대가 재현될 것이다.
법은 있으나 강제할 수 없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착한 사람은 법을 준수하기 때문에 총기를 갖지 않겠지만 나쁜 사람은 총기를 가지려 할 것이다. 결국 착한 사람도 총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총기규제법이 없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총기를 소지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착한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다. 모두가 처음부터 총기를 갖는 카우보이의 세계에서보다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오랜 기간 연구해온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타차리아 교수는 거래소를 식당에 비유했다. 식당을 개업하고 음식을 내오면 손님은 음식이 괜찮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식사를 한다. 시장에서 싸구려 재료를 사와서 좋은 음식인 것처럼 팔아도 처음에는 잘 모른다. 그러다 탄로가 나면 식당의 명성에 흠이 잡히게 된다. 그는 "식당과 마찬가지로 거래소에는 '공정하다'는 평판이 매우 중요하고, 자기 이익을 위해 평판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내부거래를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 수 있을까. 바타차리아 교수는 내부거래를 하다 적발될 경우 △거래소가 영구적으로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거나 △막대한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내부거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범법자를 감옥에 보낼 수도 있으나 내부거래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윤경현 최승도 기자
웃팔 바타차리아 미국 인디애나대 종신 교수 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약력 △인도경영대학원(아흐메다바드) MBA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객원 부교수 △시카고대 객원 부교수 △인디애나대 교수(종신) △홍콩과학기술대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