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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법인세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15 16:45

수정 2016.06.15 16:45

[fn논단] 법인세 인상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20대 국회의 개원과 더불어 법인세 인상에 대한 격렬한 공방전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 혼수상태에 빠져들어 깨어날 줄 모르는 경기상황에서 경기회복의 핵심요소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는 법인세 인상 논의는 자칫 위험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수진작을 통해 지속성장이 가능한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경기침체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방향성에 동의한다면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소득세제의 변화를 진지하게 모색해 보아야 한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세후소득을 증가시키고 자본의 한계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촉진해 경기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이른바 법인세 인하를 통한 낙수(落水)효과다. 그렇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부분의 영역에서 공급과잉이 관찰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지극히 보수적으로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투자부진 현상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가 부진하니 고용확대는 더욱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확대나 고용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금리인하의 효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행은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왔으며, 지난주에도 기준금리를 1.25%로 인하해 최저금리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자본의 한계비용을 낮춘다는 측면에서 법인세 인하와 유사한 효과를 가진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는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소비위축도 여전하다. 자본의 한계비용보다는 불투명한 성장기회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지만 투자가 고용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침체에서 가장 심각한 부분은 가계소비의 지속적인 위축이다. 높은 청년실업률, 비정규직 확대로 인한 고용의 질 악화, 기술발전에 의한 인력대체의 가속화는 가계의 소득기반을 근원적으로 흔들고 있다. 현실화된 소득절벽이나 미래소득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를 위축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가계의 소득기반은 점점 취약해지는 반면 기업의 몸집은 오히려 커져서 가계와 기업 간 소득양극화는 확대되고 있다. 그리고 알파고로 상징되는 기술 발전은 기업으로의 소득집중을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소득의 더 큰 부분이 가계로 흘러들어가 소비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나 법인세 인하로는 가계의 소득감소를 개선하기 어려워 보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법인세 인상을 통해 정부의 재정정책 집행 여력을 높임으로써 소비확대를 촉진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법인세 인상은 당장은 기업들에 부담으로 인식되겠지만 재정정책으로 제대로만 활용된다면 소비유지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이익창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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