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법토토 고배당 유혹에 여전히 성행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4 18:09

수정 2016.06.24 21:01

아프리카TV 중계 BJ 등 단속중에도 버젓이 유혹
가입·승인 절차도 간단 해외 서버 옮기며 운영
추적때면 돈 갖고 튀어 먹튀땐 보상받을 길 막막
23일 아프리카 BJ 권유로 들어간 불법 토토 사이트에서는 국내야구 1회 득점 여부는 물론 싱가포르, 인도, 카자흐스탄, 핀란드 등 축구변방국 리그에 대한 베팅도 이뤄지고 있었다.
23일 아프리카 BJ 권유로 들어간 불법 토토 사이트에서는 국내야구 1회 득점 여부는 물론 싱가포르, 인도, 카자흐스탄, 핀란드 등 축구변방국 리그에 대한 베팅도 이뤄지고 있었다.


"OOO님 어서 오세요. 궁금하신 사항은 24시간 카톡 주세요 ^-^♥"

미국프로야구(MLB)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 중인 강정호의 선발 경기를 보기 위해 아프리카TV 한 중계방에 들어가자 BJ(방장)가 건넨 귓속말이다. 아프리카TV가 사설토토 근절을 위해 단속 중인데도 이렇게 은밀한 제안을 한 것이다.

■인터넷만 되면 접근 가능.. 가입절차도 간단

BJ에게 카카오톡 문자를 보내자 해당 BJ는 미리 준비한 듯 '5년차 무사고 안전 놀이터' '첫가입 첫충전 10%' '2폴 이상 베팅시 당첨금 10% 추가지급' 등 문구와 함께 사설토토 사이트 주소와 추천인 코드 등을 알려줬다. '5년차 무사고 안전 놀이터'는 5년째 먹튀(먹고 튀는) 행위가 없는 사설토토 사이트라는 것을 말한다.


지난 23일 BJ가 유도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샤넬 로고와 함께 ID, 비밀번호 등을 입력하는 공간만 있어 샤넬 홈페이지를 보는 듯 했다. BJ가 말한대로 사이트에 가입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체불명의 전화번호로 전화가 왔다. 가입 추천인을 이야기하자 가입 승인 절차가 완료됐다는 안내와 함께 통화가 끝나면서 가입절차가 종료됐다.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니 신세계가 열렸다. 샤넬 광고가 메인 화면에 있지만 상단에는 기존의 스포츠토토 온라인 사이트인 베트맨에서 볼 수 있었던 승무패, 핸디캡 메뉴(강팀에 불리한 조건을 주는 방식) 뿐만 아니라 스페셜, 실시간, 이벤트 등 메뉴가 즐비했다.

승무패부터 충격적이었다. 최근 한창 진행 중인 대륙별 축구선수권대회인 유로2016, 코파아메리카를 비롯해 국내프로야구(KBO), MLB 뿐만 아니라 KBO 2부리그인 퓨처스리그, KBO, MLB 1회 득점 여부, 축구 변방국인 싱가폴, 인도, 카자흐스탄 리그까지 모두 베팅 대상이었다. 스페셜과 실시간 메뉴에서는 KBO, MLB 1~4회, 5~8회 결과를 놓고 베팅했다. 야구의 경우 어느 팀이 안타, 볼넷이 많은지도 베팅할 수 있었다.

게다가 스포츠토토는 최소 두 경기부터 경기결과를 베팅할 수 있는 반면 사설토토는 단 한 경기도 걸 수 있다. 베팅액 역시 베트맨이 100~10만원인 반면 사설토토는 5000~100만원이며 배당률도 사설토토가 높다. 베트맨을 통해 베팅에 재미를 느낀 사람들이 불법 사설토토로 유입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독점으로 운영되는 베트맨을 견제할 공식 업체가 생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떴다방 형태 먹튀 많아.. 수사 어려움

한창 사설토토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한 네티즌이 아프리카TV 중계방에 들어와 이런 글을 남겼다. "50충(전) 400환(급)하려니까 먹튀한 사이트.. 님들 여기 먹튀공원" 해당 네티즌은 50만원을 베팅한 것이 적중해 400만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사이트 운영자가 접속을 차단하거나 도메인을 바꿔버린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당첨금을 지급하지 않는 먹튀 행위가 발생해도 사용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사설토토 사이트를 이용 자체가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설토토 사이트에 빠지는 이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당초 40~50대의 오프라인 도박 중독자가 주로 센터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10대를 포함한 20~30대 불법 사설 토토 중독자들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설토토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워낙 여러 곳을 경유해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 IP 추적으로는 검거가 어려워 수사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 업자들은 돈을 챙기고 사라지는 떴다방 형태"라며 "사이트가 먹튀를 해도 구제할 길이 없고 애당초 솔깃해 사설토토에 빠져서는 안 된다.
대포통장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포통장을 만들 빌미도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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