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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권오상 '더 스컬프처2'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7 17:23

수정 2016.06.27 17:23

가장 전통적인 조각품 '청동 슈퍼카'
[그림산책] 권오상 '더 스컬프처2'

권오상 작가(42)가 청동으로 슈퍼카를 만들었다. 작가의 '더 스컬프처(The Sculpture)' 연작 중 하나로 슈퍼카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Lamborghini Murcielago)'를 소재로 했다. 10여년 전 자신의 큰 개인전을 준비하던 30대 젊은 작가의 야심이 조각의 표면만큼 반짝반짝 빛났다. '가장 현대적인 무언가를 청동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소재로 만들어보자'라는 작가의 생각은 주황색으로 칠해진 거대하고 납작한 덩어리로 실현됐다. 마치 전통적인 조각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매만진 듯, 또는 두꺼운 마티에르(질감)의 추상회화를 그린 듯한 매끄럽지 않은 표면은 내부에 청동 등으로 만든 덩어리의 존재를 감추었다.

주황색 페인트로 뒤덮인 표면으로 인해 한편으로는 거대한 덩어리로, 한편으로는 굴곡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색면으로 보이는 존재 자체가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권오상은 현대 조각의 변형과 확장, 타 매체와의 결합, 현대문화의 반영 등 현대미술에서 조각에 따라다니는 다양한 이슈를 끊임없이 작품의 주제로 사용한다.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 '더 플랫(The Flat)' 연작 등에서 조각과 관련한 이슈를 만들어온 그는 '더 스컬프처' 연작을 진행하면서 조각다운 조각 혹은 현대미술 조각에 대해 고심했다. 만약 이 시대에 로댕이 살았다면 무엇을 만들었을지 상상해보는 것이다.
고심의 결과는 슈퍼카였다. 기술과 디자인, 현대미학의 결합체로서 슈퍼카는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아름다움을 가장 정교하게 실체화한 조각일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작가는 실제로는 본 적이 없는 슈퍼카라는 소재를 서적과 인터넷, 잡지, 모형을 통해 구현했다. 경외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구체화하고 형태화하는 일은 전통적인 조각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니었던가.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