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G3 리스크發 수출·내수 연쇄 부진이 추경 불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8 17:27

수정 2016.06.28 17:27

유일호의 추경 결정 왜?
추가경정예산 10조 포함해 공기업 투자 등 10조 추가
지난달까지 추경 부정적
경제성장률 하락 전망 등 이달들어 상황 긴박해지고 초과세수 예상돼 정책 결정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G3 리스크發 수출·내수 연쇄 부진이 추경 불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정부 내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추경)은 "안 한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부터가 부정적이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건 6월 중순께다. 성장률 관리 사령탑 격인 기재부 경제정책국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약 2.5%까지 하락할 것이란 보고를 올리면서부터다. G2(미국.중국) 리스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더해진 G3 리스크로 악화된 데다 수출감소 여파가 내수까지 파고들면서 기업투자 감소와 민간소비 부진으로 연쇄적으로 반응하면서 상황은 예상 외로 심각했다.



2%대 중반의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말 정부가 전망한 3.1%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0.6%포인트'의 차이란 당초 정부의 성장 목표액보다 약 8조5000억원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업구조조정으로 인력.생산설비 감축이 본격화되면 2.5%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집권 4년차 정부로선 2%대 초반 '성적표'를 갖고 내년 대선을 치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추경 10조…朴 정부 3번째 단행

결국 정부는 28일 추경 약 10조원을 포함한 총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2013년, 2015년에 이어 박근혜정부 세번째 추경 편성이다. 다른 말로는 '추경의 상시화'다.

가계와 기업이 담당해야 할 부분을 재정이 메꾸면서 전체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올 상반기엔 전체 국내총생산(GDP) 기여도에서 재정의 쏠림 현상이 심했다. 1.4분기 성장률은 0.5%. 이 중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제로(0%), 재정기여도는 0.5%였다. 정부가 '단독 드리블'로 전체 경제를 견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재정 조기집행 기조에 따라 하반기 집행할 재정까지 상반기에 일부 끌어다쓴 통에 성장률 방어를 위한 실탄이 점점 소진돼 갈 게 자명했다는 점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 GDP에서 재정 기여도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됐다"고 말했다. 재정이 전체 성장률을 부양하기는커녕 갉아먹게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10조원 규모의 추경과 10조원 규모의 공기업 투자.기금변경 등으로 2.5~2.6%대 성장률 전망치를 2.8%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재부 이호승 경제정책국장은 "20조원의 재정보강 없이는 성장률이 2%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봤다"면서 "이번 재정보강은 성장률을 0.2~0.3%포인트가량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빚내지 않겠다"

결정적으로 추경이 가능했던 건 올해 세금이 비교적 잘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지난 4월까지 국세 수입은 9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조1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전재정론자인 유 부총리가 추경을 결심하게 된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며 추경에 부정적이었던 기재부 2차관 라인의 예산당국도 더는 버티지 못했다.

추경 10조원의 재원은 초과 세수 일부와 지난해 세계잉여금 중 남은 1조2000억원을 더하면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이호승 국장은 "세제실에서 올해 말 초과세수가 어느 정도 일지는 정밀작업 중"이라며 "(추경 재원을 위해)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도 정부 내 여유자금으로 충분히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G3리스크.기업구조조정.김영란법

그러나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이 충분한가에 대해선 이견이 따른다. 현재로선 2.8% 전망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경제전문기관들의 분석이다. 이번 정부의 2.8% 전망치엔 G2 리스크에 김영란법 시행 예정으로 경기하방효과는 반영됐으나 브렉시트로 인한 파급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당장의 실물경제로 파급효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9로 올 초 소비절벽을 방불케 했던 2월(98)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30만명대를 유지했던 취업자수 증가는 올 들어 5월까지(전년 동월 대비) 20만명 수준으로 내려갔다. 올 들어 약 10만개 일자리가 증발했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 인력감축이 본격화될 경우 고용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전·후방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4월 이미 성장률을 3.0%에서 2.8%로 낮췄고, 다음 달 9일 수정 전망을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원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2%대 초·중반으로 속속 낮추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로선 목표를 2.8% 정도로 보고,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을 고려한 접점을 10조원 규모의 추경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추경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7월 중으로 국회 동의를 받아 늦어도 8월 초엔 집행을 해야 한다는 계획이다. 뒤로 후퇴할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고 본예산과 맞물려 본예산 편성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예산실에서는 속전속결로 지출항목을 정리해 7월 초·중반엔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