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님비·핌피' 갈등에 빠진 대한민국(4.끝)] "기피·선호시설 일부지역 집중 탓.. 의견수렴 반드시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6.28 18:04

수정 2016.06.28 18:04

전문가들이 말하는 원인과 해결책
보상 등 불만해소 대책 그동안 제대로 마련 안돼 "협조해봤자 손해" 인식
'신공항'도 정치문제로 변질.. 국민들 신뢰만 떨어뜨려
국책사업 하향식 추진 대신 지역주민 동참 유도해야
['님비·핌피' 갈등에 빠진 대한민국(4.끝)] "기피·선호시설 일부지역 집중 탓.. 의견수렴 반드시 필요"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과정은 우리나라의 지역이기주의를 대표하는 사례로 남았다.

십수년간 '뜨거운 감자'였던 영남권 신공항 논란은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다소 허무한 결과로 매듭진 듯 보이나 그 속에는 지역주민의 노골적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같은 님비.핌피 현상은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과 맞물려 정치적 퇴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뉴스는 이번 논란으로 재점화한 님비.핌피의 발생원인부터 문제점, 해결책 등을 국내 전문가를 통해 들어봤다.

■님비.핌피 원인 파악이 우선

전문가들은 님비와 핌피 현상의 원인으로 경제발전 동력 상실과 지역 불균형 발전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데 공감했다.

또한 관련시설이 일부 지역에 편중된 데다 이로 인한 실질적인 이익과 손해가 집중되고 있어 단순한 지역이기주의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님비.핌피의 근원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일부 지역의 경제적 저발전 인식이 팽배한 데서 비롯된 감정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기피.선호시설로 인한 불이익이나 편익이 너무 크고 일부 해당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쓰레기매립장이 입지하면 그 폐해가 해당 지역에만 집중되고, 보상이나 입지와 관련된 해소대책 등이 부족한 데도 적기에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 우리의 역사"라며 "이로 인해 '정부에 협조하면 손해'라는 주민들의 인식구조가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목 교수는 또 "지역이기주의로 볼 수 있으나 이는 좋은 것을 선호하고 싫은 것을 불호하는 보통 사람의 당연한 반응"이라며 무리한 지역이기주의식 관점을 경계했다.

님비.핌피 현상은 행정에 대한 불신과 의사전달체계 부재, 조정능력 미비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여기에 부동산 이슈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본부 사무총장은 "부동산시장의 개발이익이 국가발전을 위해 쓰이지 않고 개발업자와 지역주민이 나누는 후진적 구조"라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올라야 세수가 많아지는 구조이다 보니 과거보다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자치의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님비.핌피는 국가 전체로 볼 때 막대한 손해라고 입을 모았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적인 이해보다 지역적인 이해에 따른 결정이 이뤄지는 게 문제"라며 "전체로 보면 모든 사람이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목 교수는 "정부 정책 미실현 혹은 지연으로 갈등해결에 또 다른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며 "무엇보다 이런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권위와 신뢰가 상실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신공항 사태 일단락이 남긴 교훈

김해공항 확장으로 신공항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결과적으로 국가비용을 줄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 행정은 낙제점이라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수익을 따졌을 때 국비 낭비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는 정부가 잘한 결정이라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정부는 왜 신공항을 추진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솔직한 고백을 해야 한다. 김해공항이 신공항이라고 프로파간다(선전)하는 것은 국민들을 또 한번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는 것"이라며 정부의 후속대응을 질타했다.

잃은 것으로는 정치적 불신과 지역 간 갈등 조장을 부추겼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준구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자문위원(경성대 행정학과 교수)은 "신공항 사태는 대선, 총선 등의 정치일정과 맞물려 정치논란으로 변질됐고, 결국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막대한 비용낭비를 초래한 나쁜 선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사무총장 역시 "정치 불신과 지역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고 비판했다.

■의견수렴 위한 제도 마련 시급

전문가들은 님비.핌피 현상의 해결책으로 지역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보와 논의의 활성화 및 정책결정과 이행과정에서의 투명성.공정성.공개성이 요구된다. 전문가가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선거공약 이행에 대한 감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목 교수는 "국책사업을 기존의 일방적이고 하향적인 방식에서 보다 참여적인 상향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책 문제를 전국적 담론으로 전개해 범국민적 참여와 동의를 도출한 후 지역주민과 정책과정을 함께 꾸려가는 방법을 제시했다.

정치제도가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당이 국가와 지역의 이익을 모두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회를 상원과 하원으로 나눠 상원은 지역 이해를 대변하는 대표로 구성하고, 하원은 전국구 비례대표로 구성해 전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식을 고려해볼만 하다"고 제언했다. 개발 이익 및 손해와 관련해 균형 있는 배분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이 사무총장은 "개발초과이익환수 등의 제도 도입으로 무리한 공약을 막고, 발전 이익을 전국민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김경민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