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모독 면접행태 여전<br />반말 등 고압적 태도에 결혼·외모 등 사적질문도<br />폭언·성차별에 시달려.. 병원 찾는 취준생도 늘어<br />
기업들의 압박면접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갑질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압박면접을 빙자한 인격모독성의 면접 관행도 각양각색이다. 가뜩이나 구직난에 움츠러든 취업준비생들 가운데는 도를 넘는 압박면접의 경험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심지어,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면접관의 반말 등 고압적인 면접분위기와 민감한 사적 질문 등에 대처하기 위한 스터디까지 확산되는 실정이다.
■면접 시 반말 등 고압적인 태도로 질문
3일 구직업계와 취준생 등에 따르면 면접시 지원자들이 가장 많이 겪는 스트레스 유형은 '갑'인 면접관의 무분별한 반말 등 폭언과 고압적인 자세가 꼽힌다.
회사원 김모씨(30)는 작년 구직 당시 한 중견기업에서 겪었던 면접을 생각할때마다 치욕스럽다. 당시 면접관은 다른 지원자에게 "노래가 취미야? 한 번 불러봐"라며 시종일관 반말을 내뱉었다. 해당 지원자가 마지못해 노래를 부르자 면접관은 "얘보다 노래 잘하는 지원자 없나, 더 잘하면 내가 붙여준다"라는 황당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김씨는 "순간 기분이 상해 일어날까 말까 고민했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 밖에 없었다"며 "결국 다른 지원자가 노래를 했다"고 씁쓸해 했다. 그는 "면접관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지만 진정성이 없어보였다"며 "굳이 그런 방법을 썼어야 했나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면접 시 불쾌감을 느끼게 한 면접관의 유형에는 '반말하며 질문하는 면접관'이 응답률 33.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펙과 경험을 무시하는 면접관'(24.5%) '결혼, 애인, 외모 등 개인적인 질문을 하는 면접관'(23.7%) '연봉 처우 등에 대해 명확히 답변을 안 해주는 면접관'(21.2%) '이력서를 처음 검토하는 듯한 면접관'(20.7%)이 뒤를 이었다.
■"남자친구는 있냐"... 성차별도 버젓이
여성 취준생들은 성차별적 질문이 압박면접에서 빠지지 않는다. 지난 5월 한 대기업의 면접을 본 한모씨(28)는 10여분동안 결혼에 관련한 질문만 받았다. 한씨는 "업무에 관한 질문보다는 '남자친구 있냐' '언제 결혼할거냐, 결혼하면 애는 언제 낳을 거냐' 등 결혼 질문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며 "업무능력과 관계도 없는 사적인 부분만으로 평가받은 기분이라 굉장히 불쾌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유독 여자 지원자들에게만 결혼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면접시 사적인 질문으로 받는 고통은 여성 취준생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남성 취준생들은 13.9%가 사적인 질문에 불쾌했다고 답한 반면에, 여성 취준생들은 무려 30.5%가 불쾌한 것으로 답했다.
아주대 의대 관계자는 "취업 면접에서 폭언이나 성차별적 상황을 당해 외상성 스트레스(트라우마)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며 "극도의 긴장상태인 구직자들이 모멸적인 면접 분위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정신적 증상이 상당히 오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직자들끼리 모욕적인 질문... 압박면접 스터티도 진행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압박면접에 대비한 스터디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들을 통해 압박면접 질문을 수집해 상황별 메뉴얼까지 만들어 채용시즌에 모의면접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구직시장에 뛰어는 강모씨(27)는 "면접이 가까워지면 평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모의면접을 진행한다"며 "구직 초반 면접에 갔다가 외모 지적이나 이력을 꼬투리 잡는 압박면접을 당해 낭패를 겪었던 경험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멋쩍어 했다.
그는 "대부분 면접관들이 진심으로 모욕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겠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상처로 남는 건 어쩔 수 없다"며 "기업들이 합리적인 채용방식을 택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압박면접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직무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아 최근 사라지는 추세지만 일부 기업들이 여전히 면접 관행처럼 이용하고 있다"며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면접관의 언행은 자칫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기업들마다 체계적인 면접 메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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