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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名의 외침

미술전공 안한 신진작가 7팀의 도전, '유명한 무명'展
김영나 '세트' 연작
김영나 '세트' 연작

유명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다. 유명해지지 못하면 사라지고 말 거라는 강박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가. 유명해지더라도 순식간에 잊혀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뒤따른다. 그런데 국제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유명한 무명'전은 반문한다. 과연 유명한 것은 가치있고 무명은 무가치한 것인지, 진정한 의미의 유명과 무명은 무엇인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젊은 신진 작가 7팀이 모였다. 김영나, 김희천, 남화연, 베리띵즈, 오민, 이윤이, EH가 그 주인공. 공교롭게도 대부분 미술 전공자가 아니다. 게다가 그간 국제갤러리에서 전시를 열었던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은 미술계의 영향력이나 지명도가 무명에 가깝다.

다만 동시대 미술의 촉망받는 작가들인 것은 분명하다. 장르를 넘나드는 상상력과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이들의 작품에서 무명의 가치가 반짝반짝 빛난다.

가령 그래픽디자이너로서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김영나 작가는 순수미술의 형식을 통해 그래픽디자인의 조형요소롤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연작 'SET v.4'를 2개의 전시실에 걸쳐 벽면 페인팅으로 선보이고 있다. 2006년부터의 작업을 엮어 지난해 뉴욕 개인전에서 선보인 동명의 도록을 벽화로 표현했다. 그가 과거에 참여했거나 기획한 전시 이미지를 모아 재조합 또는 재배열한 셈이다.

건축을 전공한 김희천은 지난해 6월부터 1년간 촬영한 1600개의 동영상을 엮어 화면보호기로 만든 독특한 신작 '/Savior'를 내놓았다. 얼마 전까지 직장생활과 작업활동을 병행해 왔던 그는 "직장 일과 작가의 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며 "동영상 촬영 자체가 스스로 작가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건축사진가 EH는 라인, 면, 조명만으로 모든 입체구조물을 평면화했다. 서울 외곽에 있는 모텔 건물의 선을 장식하는 조명을 포착한 '모델라인' 시리즈다. 사진이 아닌 정지된 영상으로 표현된 모텔들은 마치 도면화된 이미지처럼 보인다.

이번 그룹전은 국제갤러리가 지난 2013년 첫 선보인 초빙큐레이터 기획전의 두 번째 시즌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인 김성원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에 대해 김 교수는 "유명과 무명이라는 양자택일에서 벗어날 수 없을까. 어쩌면 무명의 가치도 작가로서 살아가는 데 하나의 전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작가로서 유명해지는 것에서 한발짝 물러나는 태도가 오히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미술계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