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규제와 진흥 사이에 놓인 국내 게임산업, "교통정리라도 해달라"

국내 게임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국호의 일관성 없는 게임 정책이 게임산업 위축의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부처마다 게임산업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데다 국회에서도 의원들이 저마다 다른 방행의 법안을 쏟아내면서 게임정책이 방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한쪽에서 게임산업을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이라며 육성 정책을 내놓으면 바로 뒤이어 규제정책이 따라나오는 온탕·냉탕 오가기 정책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특정시간(오전 0~6시)에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차단해온 셧다운제를 완화·폐지하는 추진하는 정책이 발표됐는데, 바로 뒤를 이어 게임회사들의 전략이 노출될 수 있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공개를 추진하는 법안이 여야에서 동시 발의됐다.

게임업계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정책 때문에 투자를 늘려 사업을 확장할지 여부 조차 결정하지 못한채 정부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이에 외국 게임업체들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며 "정부가 정책의 큰 틀이라도 잡아줘야 투자 확대 등 사업의 방향을 잡을텐데 현재로서는 정책에 휘둘려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은 현실을 지적했다.

■진흥과 규제 혼재된 정책·법안
게임산업에 대한 진흥안과 규제안이 엇갈린 사례는 한둘이 아니다.

연초 게임산업 진흥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향후 3년간 1600억원에 달하는 투자 등의 내용을 담은 진흥청책을 발표했지만 일주일 뒤에 보건복지부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정책을 추진해 게임을 질병으로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부처간 논의로 게임을 질병코드화 하는 정책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 논란은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위험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정부는 또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선 셧다운제를 '강제적'에서 '선택적'으로 완화하기로 했고 게임업계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은 아예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바로 뒤이어 여야 의원들이 게임에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세부 정보와 습득률 등을 공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과소비를 유도한다고 비판하면서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게임에서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게임의 질병코드화 추진과 같은 전반적으로 게임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안과 달리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그동안 업계의 자율규제에도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다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 습득확률 공개 등이 입법화될 경우 게임사들로선 수익 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와 각 의원별로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규제와 진흥안이 너무 제각각"이라며 "어느 산업이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 면이 있는데 정부에선 시대 흐름에 너무 쉽게 영향을 받아 규제와 진흥을 균형있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 시급
올해 1·4분기 콘텐츠산업 매출액 가운데 게임산업 매출액은 2조4339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10.19%의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액 만으로는 7억2016만 달러(한화 약 8350억원)로 전체 콘텐츠산업 수출액의 53.05%를 기록할 만큼 큰 비중으로 보이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선 게임산업을 콘텐츠산업의 일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최근 열린 문체부 상임위 업무보고에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게임콘텐츠 시장 자체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게임산업을) 진흥시키겠다"며 "중요한 것은 사회가 게임을 중독과 규제로 보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질적인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문체부에서 게임진흥 관련 대책 마련을 준비중이지만 중국자본에 잠식되고 외국게임에 시장이 점령된 한국 게임시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사 관계자는 "한때는 한국게임이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란 말이 있었지만 규제로 위축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게임산업의 경제적 가치 외에도 문화적 가치까지 입증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