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이사람] 전희배 일본키스코 회장 "일본서 성공하려면 '신용'이 중요"](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16/07/14/201607141838169176_s.jpg)
【 도쿄(일본)=이정은 기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가장 많이 거론하는 나라가 어딜까요.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아마 가장 가깝고도 얄미운 나라여서일 겁니다. 이렇게 질투도 하지만 우리는 일본이 먼저 겪은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실수를 덜하게 되는 효과도 보고 있지요."
일본키스코 전희배 회장(사진)은 "일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일본통'인 전 회장이 일본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4년. 당시 교보정보통신 주재원으로 와서 일본 시장을 이해했고, 또 능력을 인정받아 지사장까지 올랐다. 이후 2001년 전력제어 및 산업시스템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인 일본키스코를 창업해 한국과 미국 등 6개 자회사를 설립했다.
일본이 20여년 저성장을 겪는 과정에서도 키스코가 건실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내실경영과 대기업 위주의 거래처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전 회장은 "남의 나라에 와서 기업을 하다 보니 무게중심을 내실경영에 둘 수밖에 없었다"며 "겉멋 부리지 않고 성실하게 신용을 지키면서 내실을 갖추려고 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처음부터 '믿을 만한 회사와 거래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한곳 한곳 거래를 하다 보니 회사 규모에 비해 거래처가 좋다"며 "도시바, 후지쓰, 교세라, 후지제록스, IBM, 메트라이프생명 등 건실한 거래처와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회장은 일본의 기업환경에 대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4배인 데다가 인구도 2.5배 더 많다"며 "기본적으로 경제규모가 더 크다 보니 기회가 많고, 기업이 할 수 있는 일거리도 더 많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이다. 그는 "일본에서는 은행 문턱이 낮아 돈이 없어 사업을 못하는 경우가 없다"며 "정상적으로 성실하게 경영하다가 잠시 어려워져도 회생불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차별이 없어 은행에서 자금을 빌릴 때도 기업만 본다. 국적과 상관 없이 기업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어 한국인들의 성공사례가 많다"며 "100만큼의 수치로 노력을 한다고 했을 때 국내보다 일본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이 본받아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는 "최근 일본의 기업들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이는 끊임없이 갈고닦은 기술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자 대부분이 중소기업 출신인 것처럼 일본기업에는 기업 크기를 막론하고 우수한 기술력이 오랜기간 저변에 깔려 있다"며 "경제규모가 한국의 4~5배지만, 기초기술을 포함한 기술력은 이보다 몇 배 더 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지나친 갑을 관계도 사라져야 할 폐단으로 꼽힌다. 전 회장은 "일본에서는 갑을 관계가 아닌 동반자적인 의식이 강하다. 신용을 쌓아서 한식구가 되면 공동 동반자가 돼 함께 협력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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