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 활기.. 현장수송차 줄지어 대기
평균임금 크게 오르고 인근식당도 장사 잘돼
평균임금 크게 오르고 인근식당도 장사 잘돼
간밤에 내린 장맛비가 이어지던 15일 오전 5시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삼거리. 한 일용직 근로자가 인근에 세워진 수송차에 올라타기 위해 우산을 들고 뛰어갔다. "미장 가는 거 맞죠?" "예, 타요!" 수송차 뒷좌석에도 이미 다른 근로자들로 꽉 차 그는 조수석 한쪽에 얼른 올라탔다. 이날 모인 50여명의 근로자는 자신보다 큰 우산과 등산 가방을 메고 서성였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공사판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요즘 일감이 많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나온 것이다. 근로자들을 현장에 보내기 위한 수송차도 줄지어 서 있었다.
■"벌이 쏠쏠, 식솔 챙기고 저축도"
최근 수도권지역 아파트 신규분양이 활기를 띠는 등 건설업계가 호황기를 맞자 인력시장에도 일감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날씨에도 일감이 있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나와 갈 곳을 찾았다.
한 일용직 근로자는 "일거리가 없으면 이런 날씨에 나오겠느냐"며 "요즘 일당이 제법 쏠쏠하기 때문에 하루 돈벌어서 도박판에 끼는 사람도 있지만 식솔 챙기고 저축하는 인부들도 많다"고 전했다.
D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평소 20팀가량 보내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2팀가량 성사됐다"며 "7월은 건설 성수기인데다 요즘 건설경기가 괜찮은 편이어서 인력이 한창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마침 비가 와 현장으로 가는 근로자가 적은 편"이라며 "내일 작업을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데 비가 오면 또 취소될 가능성이 있어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7월은 전통적으로 인력시장 성수기다. 건설업 특성상 겨울보다는 여름에 일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건설경기 호황으로 한국인, 중국동포뿐만 아니라 대학생들도 방학을 맞아 일감을 찾으러 나온다. 머리를 짧게 깎은 김모씨(22)는 "이제 2개월 후면 군 입대를 하는데 용돈을 벌러 왔다"며 "몸은 좀 힘들지만 하루에 12만원 정도를 버는 아르바이트가 없어 친구들과 자주 온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건설업 임금실태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근로자 하루 평균임금은 16만8571원이다. 5년 전(12만4746원)보다 35% 이상 증가했다. 특히 미장공, 철근공, 용접공 등 특수종은 5년 새 50%가량 몸값이 뛰었다. 그러다 보니 일용직 사이에도 특수직 경쟁이 심하다. 박모씨(59)는 "요즘 돈이 조금 되니까 중국동포고 한국인이고 젊은이고 몰려 경쟁이 심해졌다"며 "목수, 배관 쪽은 많게는 하루 20만원씩도 준다. 일반 잡부의 2배는 되는 셈"이라고 전했다.
오전 6시가 넘어갈 무렵 한 업자가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일 없으면 작업 가지? 8시간 10만원인데 실내작업이야. 편해. 8시까지만 가면 돼"라고 모여선 근로자들에게 권했다. 대부분 근로자들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업자가 간 뒤 김모씨(62)에게 이유를 묻자 "저런 실내작업은 아무 때나 골라 갈 수 있을 만큼 많다"며 "일당이 싸기 때문에 초짜들이나 가지. 우리는 일을 못 구할 경우에만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미장, 철근, 콘크리트 등은 일당이 세기 때문에 대부분 그쪽으로 가려 한다"고 털어놨다.
■근처식당도 손님들로 가득
이날은 비 때문에 외부작업이 줄줄이 취소되자 실내작업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갈등하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김씨의 한 동료는 "실내작업 같이 가자. 어차피 일 못 구하는데 저거라도 해야지"라고 말했고, 줄담배를 피우며 고민하던 김씨는 어느새 동료와 함께 사라졌다.
남구로역 인력시장 인근 연변식 초두부 식당에는 오늘 하루 일감을 찾지 못한 중국계 한국인들이 모여 있었다. 초두부에 양념소스를 슥슥 비벼먹던 근로자들은 날씨 탓에 허탕 쳤지만 다음주 일거리를 이미 구해놨다며 웃음 짓기도 했다. 이곳에서 수년째 일용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식당 종업원은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은 일감이 없어 그렇지 평소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손님들로 홀이 꽉 찬다"며 "일하는 사람들의 하루벌이가 많아져 우리도 장사가 잘돼 좋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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