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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산책] 마크 퀸 '피터 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7.18 17:29

수정 2016.07.18 22:44

불완전한 신체 '美의 기준'을 깨다
[그림산책] 마크 퀸 '피터 헐'

영국 작가 마크 퀸(52)은 1999년부터 장애를 가진 이들의 인체를 소재로 대리석 조각 연작을 만들었다. 대표적인 작품 '피터 헐(Peter Hull)'의 경우를 보자. 작품의 주인공 피터 헐은 태어날 때부터 사지가 없었지만, 장애인올림픽 수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장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마크 퀸은 그의 신체를 이탈리아 석공과 함께 고전적인 방식으로 재현했다. 대리석의 하얗고 매끄러운 표면을 강조하고, 얼굴과 어깨·허리의 방향을 살짝 비튼 고전적인 자세를 취하게 했으며, 동공이 생략된 눈동자를 표현했다. 마치 그리스 로마시대의 조각처럼 말이다.

이를 통해 피터 헐 개인의 장애를 가진 신체는 미술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조각으로서의 미를 인정받은 토르소(Torso, 사지가 없는 조각의 형태)의 신성하고 이상적인 신체로 표현됐다. 장애를 가진 개인의 인간적인 성취와 위대함을 조각을 통해 신성화한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사회의 공고한 존경과 합리화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성립된다는 판단에 근거하자면 무엇을, 어떤 대상을 표현했는가는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잣대가 된다. 지난 2001년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단체전 '기브 앤드 테이크(Give & Take)'에서 '피터 헐'을 포함한 마크 퀸의 장애 인체 조각상들은 영웅들의 위대함을 신성시한 기존의 고전조각들과 함께 나란히 전시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동의한 완벽한 아름다움의 결과물들인 그리스 로마 조각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이미 머리나 사지가 사라진 훼손된 신체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조각 작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이 현실 속 인물에게 적용되지 않는 아이러니와 위선을 말하고자 했다. 우리는 왜 그리스 로마 석상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고, 장애를 지닌 신체에는 아름다움과 추함 자체를 판단하지 않는가. 작가는 사회적 소수이자 약자인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인물들을 조각을 통해 신성화함으로써 기존의 미의 기준, 위대함의 기준에 균열을 일으킨다.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이다.

류정화 아라리오뮤지엄 부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