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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위주 관행 깨뜨려.. 함 행장의 행보에 관심
KEB하나은행이 은행의 수익보다 고객의 수익을 높이는 데 기여한 직원들을 우대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 은행은 24일 관리자, 책임자, 행원 등 전 직급에 걸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000여명에 대한 승진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우선 승진 규모가 파격적이다. 전체 직원 1만5000명 가운데 15명 당 한 명꼴로 승진했다. 지난해 9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전후해 두 번의 정기 인사를 거른 점을 감안하더라도 승진자 수가 전례 없이 늘어났다.이번 승진 인사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 내용 때문이다. 은행 측은 승진 심사에서 영업직의 경우 금융상품의 판매 실적보다 고객수익률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았다. 직원들을 평가할 때 은행의 수익증대에 기여한 정도보다 고객의 수익증대에 기여한 정도를 더 큰 배점 기준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함 행장은 "손님에게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는 직원을 발탁하는데 역점을 뒀다"고 했다. 이는 고객중심주의 경영 철학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업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은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 고객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기업에는 당장 손해가 나더라도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선택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에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금융기업의 경영에 고객중심주의를 접목한 첫 사례는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그는 2014년 '회전율-수익률 상관관계 분석'이란 제목의 반성문을 내놓았다. 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분석해 보았더니 주식매매 회전율이 높을수록 회사의 수익은 불어났지만 고객의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전담관리자가 있는 고객이 전담관리자가 없는 고객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이는 회사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객의 주식을 필요 이상으로 자주 사고 팔았다는 얘기다. 그는 증권사가 고객착취형 영업 행태에서 벗어나 고객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영업방식의 전환을 시도하다 내부 반발을 겪기도 했다.
'고객의 이익을 앞세운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경영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이 투자한 상품을 사고 팔아 수수료 수입을 얻는 금융사의 경우 특히 그렇다.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고객의 이익이 희생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금융사 영업의 불편한 진실이다. 하나은행이 이런 구태를 깨고 고객중심주의 경영을 인사 원칙에 반영한 것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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